12. 내 여자다 '''''Tape A''파출소 안은 생각보다 한산했다.'시골 사람인 듯한 할아버지가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들고 한 경찰의 친절한 안내를 받고 있었다. 파출소라 그런지 책상 수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경찰도 두어 명이 다였다. 어쩌면 다들 사건이 생겨 출동을 했는지도 몰랐다. 시골 기차역의 대기의자 같은 길쭉한 나무 의자가 두개 창을 따라 놓여있었고 밝고 환한 형광등이 실내를 밝히고 있었다.'은욱은 벽에 붙여져 있는 수배자 명단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싫증이 나서 옆에 앉은 호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제대로 얼굴이 부풀어 있었다. 눈 밑에 멍이 있고 입술이 찢어져 있다. 처음엔 코피도 흘렸었다. 어쩌면 코뼈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몰랐다. 하여간 단정한 평소의 모습이 아니었다. 땅바닥을 굴렀으니 자랑하던 청결한 셔츠에도 흙이 많이 묻어 더러웠다.'호진은 씩씩거리고 있었다. 분함을 참지 못해 눈알이 빠지도록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여웠다. 절대로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생각지 않는 호진이 불쌍했다.'“이름.”'“김문혁입니다.”'묵직한 문혁의 목소리가 들려 앞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문혁이 취조실 의자 같이 생긴 철제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앞에 앉은 경찰에게 대답을 하고 있었다. 새삼 다리가 길어보였다. 호진과는 그다지 키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문혁 쪽이 훨씬 다리도 길고 스타일이 있다. '은욱은 멍하니 문혁의 비스듬한 뒷모습을 보았다. 한 순간 문혁과 눈이 마주쳤다. 몸이 긴장했지만 문혁은 바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은욱은 순식간에 이마에 솟은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집 전화번호 대요.”'경찰의 말에 문혁은 깊숙한 시선으로 잠시 책상을 보다가 대답했다.'“사정이 있어 나와 살고 있는데, 괜찮다면 대학 교수님을 모셔도 되겠습니까?”'문혁의 말에 경찰은 사나운 눈으로 문혁을 째려보았다. 누군 사정이 없느냐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문혁의 날카로운 시선에 진 듯 입속으로 뭔가 중얼거리면서 말을 뱉었다.'“불러.”'''''''12. 내 여자다''13. 지구를 따라 도는 달''14. 구십구 퍼센트를 향하여''15.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16. 때때로 맑음 1''17. 때때로 맑음 2''18. 변화''19. 너를 지킨다''20. 운명, 발을 담그다''21. 그리고……그들의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