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분주하게 돌아가는 전광판만큼이나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또한 부산하다. '게이트를 빠져나온 공혜는 핸드커리어를 실은 카트를 잠시 멈춰 세우고, 재킷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두 시간 남짓 꺼 두었으니 쌓여있을 부재 중 전화가 산더미일 것이다. 그녀는 전원을 켠 휴대폰을 도로 재킷주머니에 넣었다.'지브라 무늬의 짧은 재킷에 블랙 스키니 진을 받쳐 입은 공혜를 감탄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백육십오 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키이니 장신(長身)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늘씬하게 뻗은 긴 하체 덕분에 그녀가 연출해 내는 실루엣은 어지간한 모델을 능가했다.'공혜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에게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왔다. '차갑다 싶은 바람이 개운하게 털어내지 못한 잠을 깨워주었다.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는 정확히 세 시 삼십분을 가리키고 있었다.'그저께 통화를 하며 입국시간을 알려주었으니, 지금쯤 꽁지에 불을 매단 것처럼 공항을 향해 달려오고 있을 것이었다. 언젠가부터 약속시간에서 일이십 분쯤 늦는 건, 기본이 된 그이기에.'공혜는 한바탕 눈을 뿌릴 듯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무려 삼 개월 만의 귀국이건만 여지없이 늦어주는 그가, 오늘은 아주 조금 서운하게 느껴지려 했다.'드르르…….'재킷 주머니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휴대폰을 꺼낸 공혜는 한 쪽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제 막 도착한 그가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아서…….'“여보세요?”'－어디야? 도착했어?'“너야?”'애석하게도 목소리의 주인공은 그가 아니었다. 한 몸매 하기로 자타가 공인하는 공혜가, 유일하게 기죽어 지내는 친구 유진이었다.'－차가 왜 이렇게 밀리는지, 나왔어?'“어, 나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