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세요?』'샤워하는 남자의 벗은 몸을 샅샅이 훑어보던 조그마한 여자가 도둑이야! 도, 강도야! 도, 째지는 비명도 아니고, 태연히 누구세요라니?!'남자의 프라이드가 처음으로 산산히 부서진 순간이었다.'재성은 더 이상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녀가 묻는 말을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해 되돌리기만 했다.'―누구세요? 누구세요? 누구세……'도대체 얼마나 그의 자존심에 망치질을 하려는지 여자인 그녀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를 천천히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를 보았다.'문제는 그녀의 시선에 자신의 중요 부위가 무려,‘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이었다!'비누거품이 천천히 가슴을 타고 내려가 복근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남성에 머물렀다 떨어져 내리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더불어서 그녀의 호기심이 가득한 천진한 시선도 따라왔다.'이놈의 자식은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일어서냐고!'끄떡, 반응을 보인 남성이 고개를 들고 일어서기 시작하고 있었다!'''……그는‘순진한’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일 뿐이었다.''''“누구십니까?”'조각 같은 얼굴에 눈부신 미소며 푸른 눈동자는 남자인 재성이 봐도 빨려 들어갈 듯 매력적이었다. 질문해온 미끈한 한 마리 제비 같은 사내놈 때문에 배알이 뒤틀렸다.'“난……!”'재성은 가슴을 펴고 자신을 소개하려는데 마땅히 그에게 소개할 말이 없었다.'정희와 잔 남자? 정희의 동생 친구? 정희와 내기한 남자? 아니면 정희의 섹스 파트너……? '자신이 정희에게 어떤 존재인지 자신도 알지 못하는데 남에게 어떻게 소개한단 말인가?'“난 옆집 사람인데요.”'재성은 자신의 입을 쥐어뜯어 버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