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포장해 주세요.”'살피던 상품을 점원에게 건네며 포장을 의뢰했다. 계산대 앞에서 포장되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다 계산을 위해 지갑을 찾았다. '“어!”'그런데 보여야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당황이 됐다. 시간을 거스르며 기억을 더듬었다. 백화점에 와서는 가방을 열었던 적이 없고, 제일 어패럴에서도 지갑을 꺼낼 일이 없었다. 그 때 점심을 먹고 돌아와 가방에 지갑을 챙겨 넣지 않았던 게 생각났다. '“하, 나올 때 확인을 안 했구나.”'항상 모든 일에 철저한 자신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일순 화가 났다.'심호흡을 하고 포장을 마친 채 계산을 기다리는 점원을 향해 사정을 이야기 하려는 찰나 신용카드를 든 손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이걸로 계산해 주세요.”'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며 흠칫 뒤로 물러서 카드를 내민 손을 바라봤다.'놀라움에 멍한 시선은 손을 따라 상대의 얼굴로 향했다. 그 남자였다. 오래전 그의 미소를 많이도 닮았던. '카드를 받은 직원이 계산을 마치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남자는 영수증에 사인을 하고는 포장된 선물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무슨 말이고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그녀에게 선물을 내밀었다.'“우선 받으시죠. 많이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그저 이런 도움을 받아 봤기에 저도 도와야 할 것 같아서…….”'그는 한껏 웃고 있었다. 마치 기다렸던 만남이라 무한히 반가운 듯. 어쩜 이리도 밝을 수 있는지. 눈이 부시도록 밝은 남자의 미소에 여빈은 한없이 그 밝음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다시 환생하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에 그 미소를 따라 입 꼬리를 끌어올리다 살포시 손을 잡는 느낌에 움찔 놀라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진랑은 자신이 받아 건네는 선물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자신을 투영해 누군가를 보는 듯한 그녀의 표정에 조심스레 선물을 손에 쥐어주었다.'“아, 예. 고맙습니다.”'정신이 들었는지 작은 선물 상자를 꼭 쥔 여빈이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진랑도 살짝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나 봅니다. 홍콩에서 그렇게 보내 드리고 내내 마음에 걸렸었거든요. 지금 시간 괜찮으시면 차 한 잔 사 주십시오. 그땐 제가 도움을 받은 입장이라 억지를 부려 잡을 수 없었지만 오늘은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대신 차 값은 제가 대신 계산 하겠습니다, 외상으로…….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