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도대체 또 뭐야? 왜 저러는데?'석규가 그녀에게 다가가려던 순간이었다.'“이사님, 식장에 오셔야 되겠는데요.”'“왜요?”'“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석규는 행사장과 지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가 없어도 전혀 지장이 없는, 아니 있다고 해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저 여자의 고집스럽고도 당찬 모습 뒤에 숨겨진 여린 면을 아는 그로서는 절대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았다.'화가 나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지민의 모습에 픽 웃음이 터진다. 고집불통에, 정말로 성질은 지랄같지만 그가 사랑하는 여자다. 사랑… 애써 관심이라 그리 변명을 하던 마음에게 그는 쐐기를 박았다.'사랑이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감정이 아닌, 저 여자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절박한 느낌이었다. 삐죽이는 입술만 봐도 웃음이 터졌고, 퉁명스런 말 한마디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누구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그런 감정에 그는 지금 흠뻑 빠져 있는 중이다.'인정을 하고 나니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성지민, 그녀는 그의 여자였다. 꼭 그렇게 만들고 말리라.'“이사님….”'재촉을 하는 물음에도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수룩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의 시선을 피하는 한 여자에게 올곧게 시선을 보내며, 석규가 움직였다. 그리고는 지민의 앞에 우뚝 서서 쳐다도 보지 않는 손을 붙잡고 나섰다.'“따라와.”'“어?”'지민의 놀란 표정이 귀여웠다. 경악에 가깝게 그를 부르는 직원의 외침도, 친구의 부름도 모두 그는 무시하고 있었다. 이 여자가 무슨 이유에서 화가 났는지, 그리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에 모든 정신이 골몰해졌다.'“왜 이래요? 들어오라잖아요, 못 들었어요?”'끌려오면서도 그를 뿌리치기 위해 거친 몸부림을 치는 여자는 과연 성지민답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얌전한 여자도, 순종적인 여자도, 그렇다고 고분고분한 여자도 아닌 여자 홍길동 같이 동해 번쩍, 서해 번쩍 돌아다니며 사고를 칠지 모르는 성지민이었다.'“정말 안 놔요? 여기서 망신한번 당해볼래요? 정말 왜 이래요?”'“잔말 말고 따라오라고 했지?”'“내가 못 살아.”'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민의 몸부림은 점점 잦아들었다. 만족스럽게 그녀를 바라본 석규는 지금 당장이라도 지민을 품에 안고 그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호텔로비를 빠져나와 입구를 돌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 보였다.'“서, 석규 씨?”'“말하지 말라고 했다.”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삐죽거리며 입술을 내밀고,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겠지. 그런 지민의 모습이 자꾸만 그의 입술에 자잘한 행복의 미소를 드리웠다. 드디어 사람들의 시선이 차단된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잡고 있던 지민의 손에 힘을 주어 가슴에 당겨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