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칠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벽이 쩍쩍 갈라진 3층 건물의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10평이 겨우 넘는 작은 사무실은 양순에게 유일한 재산이자 생계를 이어 가기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양순은 중학교 시절 부모님을 모두 여의었고 자신보다 6살이나 어린 남동생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어린나이에 소녀 가장이라는 명분으로 남들보다 일찍이 철이 들었다. 어린 동생과 살아가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철이 일찍 들어 버린 것이다. 더구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두 남매에게 남겨 준 것은 유산도 아닌 빚이었다. 양순의 나이 겨우 16살일 때였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부모님께 어리광 부릴 나이에 양순은 신문 배달이며 우유 배달이며 각종 돈이 되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 시작하였다. 자신보다 6살이나 어린 동생 양호는 겨우 10살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동생이라도 고아원으로 보내 부잣집으로 입양 보내라는 말을 하였지만 양순은 끝까지 포기 하지 않았다. 양호 역시 자신의 누나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였기에 동네 사람들은 결국 포기 하고 두 남매를 조금이나마 옆에서 도와주었다. 결국 억척 같이 돈을 모아 겨우 빚을 갚고 지금의 이 작은 사무실을 차리게 되었다. “순이닷컴”이라는 사이트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이름을 알리고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순이닷컴은 한마디로 심부름센터로 어려운 일이 있거나 고민 되는 일이 있으면 뭐든지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3달이 되었다. 겨우 겨우 빚을 청산하고 남은 돈으로 사무실을 얻었다. 양순은 지금 자신의 사무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갈색 빛의 낡은 가죽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면서 전화기를 노려보면서 씩씩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듯이 아주 초초한 표정이 얼굴에 드러났다.'“차양아, 언니 오셨다.”'전화기를 노려보고 있는 양순의 눈에 사무실 철제문의 요란한 소리를 내며서 열리자 한겨울에도 초미니 스커트에 검은색 가죽 부츠를 신고 들어오는 여자는 다름 아닌 양순과 배꼽친구인 공주였다. 양순은 공주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 다시 시선을 전화기로 향하였다.'“전화기는 왜 노려보고 있는 거야? 누가 네 돈 떼먹고 날랐냐?”'공주는 양순이 자신을 한번 쳐다보고 다시 전화기를 노려보면서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낡은 가죽 소파에 자신의 작은 핸드백을 던져놓고 앉았다.'“누가 점쟁이 아니랄까봐. 귀신같이 맞추네. 흥!”'“에? 진짜? 누가 감히 우리의 차양의 돈을 떼먹고 날라?”'공주는 양순의 말에 안 그래도 커서 튀어 나올 거 같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양순의 옆으로 딱 달라붙으며 물었다. 공주는 양순의 사무실 건물 1층에서 타로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타로카페는 카드로 이용해서 운세나 사주팔자 등 점을 봐주는 곳이다. 이국적이면서도 섹시한 공주는 이름과 외모에 맞지 않게 터프한 면이 많았다. 또한 은근히 괴짜인 구석까지 갖추고 있었다.'“야, 저리 떨어져. 징그럽게 어딜 달라붙어.”'자신의 곁으로 다가 오는 공주를 양순이 멀찍이 밀어 내며 손사래를 쳤다. 어떻게든 도망 가버린 자신의 동생 양호를 잡을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깐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