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넓은 잎사귀를 가진 커다란 자작나무, 뾰족한 잎사귀를 가지고 꾸불꾸불한 허리의 소나무들이 즐비한 산의 풍경은 파란 하늘과 맞닿아 경치가 그만이었다. 소영이 이름을 알지 못하는 다른 나무들도 저마다 여름의 생기를 기운차게 뽐내고 있었다.'경치를 구경하며 산길을 걷던 소영의 이마에 아까부터 손수건으로 닦아내던 땀이 다시 송골송골 맺혔다. 맺혀있던 땀방울은 또르르 굴러 내려와 그녀의 작은 코를 지나 도톰한 입술로 미끄러졌다. 눈썹 근처에 매달려있던 땀방울은 그녀의 쌍꺼풀 없는 눈에 쏙 들어가 버렸다. 소영이 들고 있던 손수건은 이미 너무 젖어버려 단발머리를 묶고 있던 손수건을 풀어 눈을 닦아내야 했다.'눈을 닦아낸 뒤 잠시 그늘에서 쉬기로 마음먹은 소영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았다. 친구들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소영이 피서를 가자고 해서 만들어진 남녀혼성 조인트 MT 친구들은 8명이었다. 그녀와 같은 과 친구들 미연, 은정, 지우 그리고 그녀들과 처음으로 했던 미팅에서 만난 정윤, 재성, 동훈, 현규까지였다.'그녀를 뺀 나머지 친구들은 아직도 저 아래서 꽤나 열심히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소영은 고생할 친구들을 생각해 애써 웃음을 자제하고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몇 모금 마셨다.'평창에 가족들과 여러 번 와본 적이 있던 소영은 몇 시간 전, 산 초입에 승용차로 도착하자마자 친구들보다 먼저 계곡에 도착하겠다고 이미 큰 소리를 친 상태였다. '꽤 유명한 관광지여서 산길을 올라오는 동안 가족동반 모임을 봐왔던 터라 산속에서 혼자라는 등산 초기의 무서웠던 마음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대로 계곡에 먼저 도착한다면 재성과 한 내기에 이겨 공돈 5만원이 생길 예정이었다.'소영은 끌어안아도 한참이 남을 굵은 소나무 허리에 등을 기댄 김에 눈까지 감아버렸다. '걷고 있을 때는 잘 들리지 않았던 새소리, 풀벌레 소리들이 더 크게 들려왔다. '푸른 내음. 소나무의 진한 송진 냄새. 들이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흙냄새. 마른 햇살의 내음…….'이제 일어서야겠다 싶어 눈을 뜬 소영은 앞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 새된 비명을 질렀다.'“꺄!”'“내가 이겼다.”'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상황을 통보한 재성이 활짝 웃으며 그녀 앞에서 큰 덩치로 어깨춤을 덩실덩실 췄다. 정말 볼썽사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