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커튼을 살짝 열어 창밖을 보니 하늘은 티 없이 맑았다. 창가에 선 지안은 잠시 햇살을 받으며 흡족한 듯 웃었다. 음…… 역시 광합성을 해 줘야 돼. 꼬마들아, 그치? 지안은 창가에 줄지어 서 있는 작은 화초들에게 생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리고 커튼을 닫고 침대위에 놓은 배낭을 어깨에 단단히 멘 후 현관으로 걸어가는데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렸다. ' “어. 희진아.”' 대학 때부터 둘도 없는 단짝친구이자, 지금은 모 연예신문사 기자로 맹활약 중인 희진이었다.' “지안아, 이따 오후에 영화 한 편 볼까? 나 오늘 월차 내서 시간이 널널한데…….”' “안 돼. 나 지금 산에 가야 해.”' “뭐? 산에? 갑자기 웬 산?”' “너 때문이야.”' “뭐? 무슨 소리야?”' “네가 우리 집에 있던 일주일 동안 몸무게가 3킬로나 늘었어. 명색이 뮤지컬 배우인데 관리 엉망이라고 나 안무 선생님한테 혼났단 말이야.”' 그렇다. 지안은 최근 며칠 동안 그녀의 집에 눌러 붙은 친구 희진 양 때문에 밤마다 맥주를 겸해 온갖 야식을 겁 없이 먹어댄 결과 몸무게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안 그래도 다른 팀원들에 비에 살집이 있는 편이라 평상시 살을 빼란 얘기를 안무 선생한테 많이 들어온 터에 이번에는 살 안 빼면 아예 배역도 안 준다는 엄포까지 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녀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피트니스클럽은 물론 산행까지 결심하게 된 것이다. ' “정말 3킬로나 늘었단 말이야?”' “그래, 이 웬수야. 이러다 나 밥줄 끊기겠어.”' “그럼 안 돼지. 그럼 즐거운 산행해라.”' “희진이, 너도 같이 갈래?”' “됐거든. 우리 자기는 마른 거 싫어해. 지금의 내 모습이 딱 이래.”' “훗! 지훈 씨도 참 취향 특이하다니까. 꽃 돼지가 뭐가 좋다고.”' “그러게. 나로서는 다행이지 뭐. 지난번 남친은 모델처럼 비쩍 마른 거 좋아해서 허구한 날 굶었잖아. 남친도 완전 극과 극 비교체험이다.”' 옛날 생각을 하자 지안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친구 희진은 예전 남친 때문에 온갖 다이어트를 시도해 고생을 사서 했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오만가지 식이요법과 운동을 겸하는 그녀를 보고 있는 지안이 안쓰러울 정도였고 매번 그녀의 다이어트는 실패로 끝났다.' “그럼 지안아 이따 저녁에 밥이나 먹자.”'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