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어둠도 집어삼킬 듯이 일어나는 파도가 출렁이고 여기저기 부서지는 포말이 매서워 살짝 쳐다만 보아도 현기증이 일 것 같은 벼랑 끝자락에 거센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10미터 앞에 서있는 무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무리 자신이라 하여도 더 이상은 무리인 것에 속으로 신음을 한 지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더군다나 몇 차례의 싸움 끝에 옆구리에 칼을 맞아 아까부터 계속해서 흐르는 피에서 나는 피 비린내가 더욱 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사면초가인 것이다. '민해는 몇 년 동안 보아온 이름뿐이 자신의 양딸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이미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 이 계획을 진행해 오면서 1순위가 저기 저 서있는 양딸을 제거하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자칫했으면 처음 칼날에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그래도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이제 끝이 보였다. 제 아무리 혹여 신이라 해도 살아남지는 못할 것이다. 어둠 속에 여기저기 상처 입은 한 마리 짐승은 그냥 놓아두어도 아니 살짝 저 벼랑으로 밀기만 해도 죽게 할 수 있었다. 레드의 대장이자 흑룡 서열1위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그 도도하던 여자를 저 지경까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은근한 쾌감이 전신에 퍼졌다. 돈 주고도 느낄 수 없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민해는 이 순간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 죽여도 고이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흑룡에서 은근히 손가락질을 받으며 멸시당한 그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짐승 같은 남자한테까지 다리를 벌려 주면서 느꼈던 치욕과 수모가 다시금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모든 미움과 증오가 벌건 상처를 입고도 끝끝내 도도한 양딸에게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윤의 공간에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자신의 그림자 루가 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자신에 있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루와 합세를 한다면 혹여 살 수도 있지만 앞의 무리들이 다가 아니었다. 제2, 제3의 행동대원들이 등장을 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그들을 가르쳤다. 그들 모두가 돌아섰다는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자신을 막고 있는 무리가 다는 아닐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살아야 했다. 지옥 불에 뛰어 들더라도 살아서 돌아와야 했다. 공기를 타고 루의 전음이 들려왔다. '‘아가씨!’'‘그냥 있어라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하지만 아가씨?’'‘알고 있다. 난 이 자리에서 살지 못한다는 걸. 하지만 루! 난 살아날 것이다. 레드와 흑룡의 이름을 걸고 말이다. 그래서 저들을 심판할 것이다. 대장이, 아버지가 맘에 걸리지만 저들은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아직 아버지의 존재가 필요하니.’'‘아가씨와 죽음을 같이하고 싶습니다.’'‘허튼소리! 난 살 것이다 믿지 못하느냐?’'‘아닙니다.’'‘찾아라 루. 난 반드시 살아날 것이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