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사륜은 언제나 침착한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분노를 터트렸다.'그의 분노에 정원지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뭐라고 했지? 다시 한 번 말하라.”'“폐……하. 백화(白花)가 모조리 죽어 버렸습니다.”'“그러니까 할아범의 말을 그대로 요약하면 그동안 대궁 정원에서 정성껏 키우던 백화가 갑자기 모두 죽어버렸다는 그 말이지?”'사륜의 물음에 백발의 정원지기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황공하옵니다만 그렇습니다. 폐하!”'그 말이 끝나자마자 사륜은 들고 있던 잔을 벽을 향해 던져버렸다.'“모조리, 하나도 남기지 않고?”'정원지기는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간신히 닦으며 대답했다.'“예.”'사륜의 잘생긴 얼굴이 일순간에 섬뜩하게 차가워졌다.'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백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키우기 꽤 까다로운 꽃이었다. 특히 산 바로 아래 자리 잡아 서늘한 파사국 궁 안에서는 뿌리내리는 것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사륜은 그 꽃의 씨를 가져와 대궁 정원에서 기르고 가꾸는 것이 취미였다.'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사륜에게는 지극히 맞지 않는 취미라고 모두들 말했지만 사륜은 개의치 않고 백화에 정성을 들였다. '그렇게 유독 백화를 좋아해 백화가 항상 피어있는 대궁 정원, 그 대궁 정원에 처음으로 백화가 피어 있지 않았다.'‘애지중지하던 백화가 죽어버리다니.’'사륜은 궁 안의 서늘한 날씨 탓에 죽어버린 백화로 인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씨조차도 모조리 죽어 버렸단 말이지.”'“예.”'정원지기는 아연해 하며 대답했다. 일흔을 조금 넘긴 대궁의 정원지기 평생에 백화 때문에 냉정하기로 소문난 사륜황제가 자제력을 잃은 것을 보는 게 지극히 당황스럽기도 했다.'“할 수 없지. 다시 길러야겠지.”'사륜이 화를 내며 분통을 터트리는 것을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던 호위무사 화수가 조용히 나섰다.'“씨를 구하려면 탐국으로 가야합니다. 탐국은 여기서 멉니다.”'“아니, 다른 것은 몰라도 백화만은 내 유일한 취미다. 그 취미가 사라진다면 내 하루가 너무 건조하지 않겠는가.”'“그럼, 탐국까지 가시겠단 말입니까?”'“당연한 것을 묻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