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눈부신너

“이제 그 잘난 얼굴 사랑하는 것 좀 줄이고 다른 것 좀 사랑해 보라고.”'“음, 나도 했는데, 그 생각!”'채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레이를 쳐다보자, 레이는 다시금 달콤하게 미소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나도 사랑을 해 보려고요.”'눈부시게 웃으며 말하는 레이의 뉘앙스가 뭔가 불안했다.'“오…… 혹시 진짜 연애를 말하는 거라면 곤란해. 하늬와의 스캔들이 목전에 와 있는데…….”'“그러니까 연애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난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거든요. 연인을 바라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럴 땐 어떤 표정이 나오는지, 어떤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니까.”'얘기의 내용과 상관없이 레이의 목소리는 낮게 속삭였고, 표정은 유혹적으로 빛났다. '이건 테러야! 페로몬 테러! 이것을 채희 혼자서 고스란히 받아낸다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정신을 보전하기 위해선 어서 이야기를 마치고 도망을 쳐야 한다고 채희는 결론지었다. 레이의 추종자는 채희가 가세하지 않아도 지금 충분히 많다. 그 무리 중 한 명이 되고 싶지 않았다.'“방금처럼 하면 될 것 같네. 충분해.” '채희가 몹시 바쁜 것처럼 수첩을 챙겨들어 일어서며 말했다.'“당연하지요. 당신으로 정했거든요. 연인으로.”'놀란 채희의 눈이 커졌다. 정신 차리자. 유채희! 이 망할 훈남의 포스에 밀리면 끝장이야. '“미안하지만 거절하겠어.”'“왜요? 딱 적합한 상대인데. 자주 볼 수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스캔들의 염려도 없는데?”'“그런 이유로 남자 연예인과 연애해야 한다면 내 몸이 하나로는 부족하겠지? 게다가 그렇게 문어발식 연애를 했다간 업무 과중으로 과로사할 것 같거든.”'“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당신이 내 마음에 뛰어 들어왔다는 거.”'젠장! 내가 언제 네 마음으로 뛰어 들어갔다는 거야? 이 며칠 동안 레이는 분명 채희를 골탕 먹일 궁리를 한 것이 분명했다. '“정말 어이가 없군. 레이 군! 나에 대해 알아? 우리가 만난 지 고작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어. 만난 횟수는 그보다 더 적지.” '“그것이 연인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되나요? 대다수 연인들은 서로에 대해 모르면서 사귀고, 그러면서 상대를 알아가지요.”'“그건 만났을 때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전제에서지. 우린 지난 번 술자리 하기 전까지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아 싸웠다는 걸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어.”'“날 상대로 싸움을 거는 당신이 마음에 든다면?”'레이의 한쪽 입술 끝이 살짝 들려 올라갔다.'“오호라! 그거였군!”'채희의 눈이 가늘어졌다.'“많은 사람의 찬미에 길들여진 자뻑 환자들이 가진 병이 있지. 자신에게 뻑 가지 않는 사람을 보면 견디지 못하는 것! 정신없이 몰두해 상대가 넘어오면 흥미가 사라지는 병이라지?”'채희가 잔뜩 비꼬았다.'“미안하지만 난 레이에게 관심이 아주 많아. 늘 생각하거든. 어떻게 하면 더 멋져질까, 어떻게 하면 뜰까? 내 머릿속 반 이상이 채워져 있지. 그것으로 만족해 주겠어? 그럼, 난 바빠서 이만!”'레이는 곁을 지나치는 채희의 팔을 붙잡아 돌려세웠다. 어느 순간부터 레이는 남자가 아니었다. 그저 선망의 대상인 스타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레이가 남자임을 뼈저리게 의식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 안에 남자로서의 뜨거운 열정을 일깨웠다. 이 여자의 남자가 되고 싶다고 아우성치게 만들고 있었다.'“사귀어요. 당신의 연인이 되고 싶어.” '진지한 눈동자가 채희의 눈동자와 부딪쳤다. '“레이의 추종자는 나 아니어도 넘쳐나잖아? 그 대열에 나 하나 빠져도 그리 티 나지 않으니 제발 난 빼주면 고맙겠네.” '“수많은 추종자와 당신 하나를 바꾸라면 그럴 수도 있어.”'레이는 채희의 손을 끌어 그의 심장에 댔다. '“그러니 당신의 머릿속이 아니라 마음에 들어가게 해 줘.”'두근두근! 그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빠르게 뛰는 레이의 심장 박동이 채희의 손바닥에 전달되었다. 이어 채희의 심장이 그 진동에 전염되어 빠르게 내달렸다.'“난 연예인과 엮이는 거 딱 질색이야.”'채희는 레이의 손을 야멸치게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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