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아.”'조용히 바닥으로 깔리는 희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침착해서 음울하게 느껴졌다. 우준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그네에 털썩 앉아 가볍게 발을 굴렀다.'“좋아한다는 말이 그렇게 믿기 싫어?”'정확히 집어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기는 쉬웠다. 아무리 그가 무의미하게 그녀의 곁을 맴돌았다고는 하지만 허송세월한 시간동안 그녀를 알아간 것은 분명 진실이었으니까.'“싫은 게 아냐. 그냥 그럴 리가 없단 걸 알아. 그 뿐이야.”'“희례야, 얘기 길어질 거 같은데 너도 앉아.”'옆의 그네 줄을 잡아 흔들며 우준이 빤히 그녀를 정시했다. 괜찮다고 버릇처럼 거절하려했던 그녀는 짧은 탄식을 삼키고 차가운 그네에 엉덩이를 붙였다. 얘기가 길어지는 건 상관없었지만 아무리 그녀라도 그의 얼굴을 앞에서 똑바로 쳐다보며 제 살을 헤집는 얘기는 못할 성 싶었기 때문이었다.'“사실은, 좋아한다는 말이 사실이라 해도, 그건 믿을 수 없어.”'“······왜,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을 자격이 없으니까?”'“······.”'“그건 변명이야. 절대 이유가 될 수 없어.”'흘려들으면 무심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만큼 고저 없는 음성의 말에 잠시 몸이 굳었지만 희례는 금방 픽 스스로에게 조소를 보냈다. 변명은 그저 미련한 변명으로만 사라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 변명을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변명을 함으로써 얻은 건 외면하고 싶던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릴 수 있던 것, 그것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곧 현실로 다시 눈을 돌려 더 힘든 상황을 억지로 바라봐야만 했었다.'“네가, 착하다는 건 알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다정하다는 것도 알아. 그러니까 그만, 이제 나 좀 내버려 두면 안 돼? 꼭 내가 아니라도 괜찮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