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끄럽고 복잡한 도로에서 시간을 보내던 자동차가 시외 도로로 접어들며 시원스럽게 질주했다. 평일에도 북적이는 서울의 거리와 달리 한적한 시외의 거리는 휙휙 스쳐 지나는 풍경마저도 지루했다. 도경은 줄곧 차창 밖에 두고 있던 시선을 돌렸다.'“꼭 그래야 하나요?”'차 회장이 손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마주했다. '“그러기 싫으냐?”'“제가 저를 지킬 수 있게 하면 되잖아요.”'작년에 좋지 않은 일을 당하고는 부쩍 커버린 손녀 때문에 차 회장의 마음은 짠했다. 의연한 행동에 과연 내 손녀구나 하고 흡족하다가도 그래서 그런 일을 당했다란 생각에 미치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핏줄로 이어진 이상 그런 생각은 무의미했다. 다시는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기울이는 예방이 중요했다. '“네 아비도 너를 지키지 못했고, 이 할아비도 그랬는데, 네가 너를 지키겠다고?”'“역시…… 힘들까요?”'금세 시무룩해진 도경의 표정에 차 회장은 마음을 다잡고 강경하게 말했다. '“네가 더 잘 알지 않아?”'도경이 옅게 웃었다.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차 회장은 열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오묘한 표정의 손녀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때 운전기사가 둘의 대화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작은 목소리로 넌지시 말했다. '“회장님. 다 왔습니다.”'“그래.”'운전기사가 서둘러 차에서 내려 차 회장이 앉은 쪽 차문을 열었다. 차 회장이 차에서 내려 도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망설이던 도경이 차 회장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이미 연락을 받고 나와 있던 상록 고아원장이 두 사람을 반겼다.'“어서 오십시오. 오시는데 피곤하지는 않으셨고요?”'사람 상대에 이력이 난 듯한 원장의 표정에는 가식의 웃음이 흘러넘쳤다. 원장이 도경을 보며 반색을 했다.'“아! 이 아이군요.”'원장이 도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자 차 회장이 도경의 어깨를 감싸 자신에게 밀착시켰다. '“그렇소. 어떤 아이요?”'원장은 볼을 살짝 실룩였지만 웃음기를 거두지는 않았다.'“이리로 오세요.”'원장을 따라 가던 차 회장과 도경은 한쪽에서 놀고 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발견했다. 도경이 걸음을 멈추자 차 회장도 걸음을 멈추었다.'“왜 그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