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제발 이번엔…….’'병섭은 숨이 넘어갈 듯 한 혜영의 산고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해가 밝아오기 시작한 아침 분만실 앞을 다시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청량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안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 손을 모으며 안절부절 하고 있던 병섭의 앞에 드디어 커다란 분만실의 문이 열리며 간호사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병섭은 부리나케 간호사에게 달려갔다. 그 모습에 그와 함께 대기하고 있던 가족들도 우르르 간호사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간호사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엔 기대와 불안감이 가득 차 있었다.'“저, 저기……. 잠시 만요. 오, 오혜영 씨 보호자 분…….”'여기저기서 눈에 빛을 내며 그녀를 쳐다보자, 간호사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향한 수많은 눈초리에 멀뚱히 서 있었다. 그 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병섭이 다그치듯 간호사에게 묻기 시작했다.'“그러게 뭐요?”'“네?”'병섭의 물음에 오히려 당황한 간호사가 그에게 되묻고 있었다.'“그러게 뭐 낳았냔 말이오?”'“아, 오혜영 씨 보호자 분 되세요? 아깐 젊은 분이 신 것 같았는데…….”'옆에서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던 학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오혜영 산모 보호잡니다.”'산고로 고통스러워하는 혜영의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밖을 지키던 학진이 앞으로 나서며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나선 학진의 옆에선 병섭이 그 새를 못 참고 어리둥절 놀란 간호사를 다그치기 시작했다.'“내가 시아비 되는 사람이오. 뭐 그리 말이 많소? 그래 뭐 낳았소?”'간호사가 병섭의 말에 조금 걱정스런 눈빛을 하며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저, 저. 공주님이요.”'간호사의 목소리가 너무 작았는지 병섭이 얼굴 가득 험한 인상을 쓰며 다시 되물었다.'“뭐라 했소? 거 좀, 속 시원하게 크게 좀 말해 보소!”'병섭의 큰 소리에 간호사는 움찔하며 목을 가다듬고 다시 좀 전 보다는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저……. 딸이라고요…….”'“와아!”'간호사의 딸이란 말에 복도를 가득 채웠던 최씨 집안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고 있었다. 하물며 냉대 받던 7명의 아들 손자 중 가장 어린 종남 마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면 과연 믿을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최씨 집안의 금지옥엽. 귀주가 탄생한 날의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