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프롤로그. ''''''“신랑 신부가 입장 하겠습니다.”'사회의 말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 지영은 신부가 들어올 에메랄드 홀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지영은 세상에서 아마 지금 저 넝쿨장미가 만발한 아치를 넘어서는 환희만큼 아름다운 신부가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도 있었다. 자신의 손을 마주 잡고 있는 신부를 보는 신랑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뭐라고 딱히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지영은 진섭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어쩌면 그가 지금 울고 있지 않나 생각되기까지 했다. 지영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자신의 곁을 떠날까 못내 서운한 마음이 일었다. 결혼 한다고 해서 환희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오늘 아침부터 지영의 가슴이 미어지는 것이었다.'아마도 자신의 질풍노도와 같은 격동기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연습실에서 최선을 다해 연습을 하던 그녀가 흘리던 땀이, 연습실 흐린 창으로 들어오던 빛을 받아 반짝이던 모습을 지켜보며 달랬던 지영으로서는, 왠지 소중한 추억 하나를 잃는 것 같은 섭섭함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모든 식순이 끝나고 결혼행진곡에 발을 맞추어 신랑신부의 행진을 하던 환희의 눈과 지영의 눈이 공중에서 만났다. 환희의 눈에서는 작은 반짝임이 일었다. 그녀가 울 것 같았다. 지영은 왠지 환희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아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시야가 흐려지고 있었다. 식장 앞 부모님의 좌석에 앉아 계시던 환희의 어머니가 연신 눈물을 훔치고 계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폐백이 끝난 신랑신부가 옷을 갈아입고 피로연이 열리고 있는 에메랄드 홀로 다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신혼여행을 떠날 신혼부부가 축복하러 온 하객들에게 인사하러 오는 모양이었다. 지영은 왠지 환희와 마주하고 싶지 않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파우더 룸으로 향했다. 지영은 환희에게는 자신이 언제나 씩씩한 친구였으면 했다. 그래서 자신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지 말았으면 했다.'지금 당장 지영에게 알 수 없는 상실감이 드는 것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여자친구 사이의 우정에 가장 큰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지영이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한 남자와 결혼하면 미혼일 때의 우정과는 다르게 많이 변하기도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