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다. 짙고 탁하다. 아이는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당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침대 밑에 숨을까. 아니면 옷장 속에 숨을까.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어디든 자신을 완전히 숨겨주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하면 놈들에게 먹히지 않을까?'쾅!'문이 열렸다. 아이는 어깨를 움찔하는 것 이상의 동요는 없었다. 그러나 심장은 무섭게 비명을 질러대고 있다. 피 냄새를 맡은 암퇘지가 킁킁 거리며 다가왔다. 희번덕거리는 눈이 뾰족하게 빛났다.'“왜 웃지 않아? 날 우세시키는 거니?”'웃을 수가 없어요.'“묻지 않니? 벙어리야?”'말을 할 수도 없어요. 말을 하면 한다고 혼내실 거잖아요.'“사람이 말 하면 쳐다보기라도 해야지. 넌 어떻게 된 아이가!”'쳐다보면…… 눈을 파 버리실 건가요?'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아니 이게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노려봐?”'철썩!'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윙 귓속에서 제트엔진이 돌아간다. 어지럽다.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놓지 않으려 애를 썼다.'“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오냐, 끝까지 해 보자는 거지? 콩알만 한 것이 더러운 버릇이 들어서는.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 내 기어이 그 더러운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고 말 테다.”'두툼한 손이 아이의 멱살을 거머쥐었다. 야위고 작은 몸뚱어리가 달랑 들렸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얼굴로 피가 몰린다. 캑캑, 버둥거려보지만 소용없다. 절망적이다. 어디든 누구에게든 손을 내밀 수조차 없어 지레 포기하고 만다. 고작 네 살 아이가.'“끝까지 잘못했다고는 안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