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먼지가 가득 차 있는 방 안으로 조금씩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대가 높고 창 앞에 장애물이 없는 곳이라 햇살이 제일 먼저 찾아들었다. 파티마는 창문을 열려고 애를 썼다. 오래 사용하지 않은 듯 뻑뻑한 창문은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서서히 삐걱삐걱 열리기 시작했다. 창밖에는 둥그런 십자형 같기도 하며 꽃잎 같기도 한 반복적인 무늬로 연이어 있는 튼튼한 창살이 설치되어 있었다.'파티마는 창살 가까이에서 얇은 이불을 털어내고 있었다. 밖으로 빨려 나가는 먼지보다 바람에 의해 안으로 들어오는 먼지가 더 많았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방 안 가득한 먼지를 밖으로 몰아내기에 온 힘을 다하였다.'운희는 소복했던 먼지가 보송하게 털린 방케트 위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연신 날린 먼지로 비염 증상을 보이며 콧물이 가득한 코를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비비고 있었다. 이미 수없이 재채기를 반복한 후였다. 그녀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파티마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하며 파티마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았다. 운희의 도톰한 입술 사이에서 기나긴 한숨이 절로 뿜어져 나왔다.'“카이드 알리는 무사할까요?”'열심히 먼지를 몰아내고 있던 파티마가 잠시 동작을 멈추며 운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황후이시여,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카이드 알리의 곁에 있었다면 분명 그의 짐이 되어 그의 발목을 잡았을 터이지만 혈혈단신이었으니 분명 무사히 궁을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그가 이 제국에서 제일 민첩한 사내란 것을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고 마음 편히 계십시오.”'파티마의 말에 운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파티마도 그렇게 생각하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가 진심으로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운희는 여전히 기나긴 한숨을 내쉬며 얇은 이불 밑으로 드러난 자신의 앙증맞은 발가락을 바라보다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제법 호화로운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분명 젊은 여자가 사용했을 듯한 그러한 분위기의 방이었다.'“그런데 이 방은 대체 누가 사용했을까요? 먼지가 많이 쌓인 것을 보아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은 듯한데 물건들이 고급스럽고 화려한 것이 젊은 여인의 취향이 물씬 느껴집니다.”'“그러게 말입니다. 소인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저렇게 알록달록한 여러 색의 히잡들을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걸요.”'파티마의 말에 운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섬세한 자수의 킬림과 카펫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렇지요? 그런데 이 방의 주인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왜 잘 꾸며진 이 방을 이렇듯 버려둔 채 먼지만 쌓이게 했을까요?”'파티마는 먼지를 털다 말고 여전히 방 안의 물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운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에는 따뜻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지 않으며 꿋꿋하게 버텨주고 있는 자신의 여주인에 대한 감사가 그녀의 온화한 눈매에서 절로 흘러넘치고 있었다.'‘참 대단하신 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