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는 눈을 반짝이며 앞에 앉은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글서글하게 잘 생긴 얼굴에 성격 좋아 보이는 저 미소. 눈을 마주치고는 얼굴을 붉히는 저 수줍음까지. 마음에 든다, 마음에 들어. 처음인데 시작부터 이런 남자가 걸리다니, 하늘이 돕는 것이 분명하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은주가 확인을 하듯 물었다.'“박민석입니다.”'이름도 괜찮네.'“직업을 여쭤 봐도 괜찮을까요?”'“시내에 있는 작은 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아, 그럼 설계사인가 보네요.”'“그, 그건 아니고…… 그냥 이것저것 잡일을 하고 있습니다.”'직업이 무슨 상관이야. 이 어려운 때에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고마운 거지.'“나이는요?”'“스물다섯인데…….”'아깝다. 너무 어리네. 조금만 더 많았어도 나하고 어떻게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아, 이게 아니지. '은주는 고개를 흔들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을 지워 버렸다.'“좋네요. 그럼 저희 집에서 하숙을 하시는 데는 문제가 없네요. 쓸데없이 이것저것 물어 봐서 죄송합니다.”'은주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남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순간 은주는 그 살인적인 미소에 넋이 나가는 듯했다. 머릿속으로 온갖 웨딩드레스가 스쳐 지나가며 그의 팔에 팔짱을 끼우고 예식장을 퇴장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아닙니다. 여자분 혼자 사시는 집에 하숙을 치시는 건데 당연히 조심해서 사람을 뽑으셔야지요.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남자의 말에 은주의 정신이 돌아왔다. '“무슨 부탁이요?”'“돈을 더 드릴 테니 이 친구도 같이 방을 쓰면 안 될까요? 돈이 없어서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친구라서요.”'남자가 곁에 앉은 다른 남자를 가리키며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분 직업은 어떻게 되는데요?”'“같은 사무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은주는 그 남자의 곁에 앉은 남자를 흘끔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하숙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자신의 앞에 앉은 사람이라 무시하고 있던 차였다. 앞에 앉은 남자보다 잘 생긴 것은 아니지만 훨씬 사내답게 생겼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또 웨딩드레스가 지나갔다. 정신 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