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의무실 문 앞까지 온 것인지. 다시금 내려달라고 말하는 은혜의 뜻과는 상관없이 그대로 은혜 안고 의무실로 들어서는 준혁 이었다.''“실례합니다.”''“어머? 이사님. 여기는 무슨 일로? 어라? 홍보팀의 박 팀장님이 왜?”''“넘어지셔서 발목을 조금 다친 것 같은데 한번 봐 주세요.”''“네. 당연히 봐드려야죠. 저쪽 침대에 내려놓으세요.”''“그럼요. 의무실에서의 대장은 당연히 홍 주임님이시죠. 이 쫄병은 그저 대장님의 말에 따르렵니다.”''“크크크, 어떤 말에도 휘둘리지 않는 우리의 호프 이사님. 그만 나가주세요.”''은혜를 침대에 내려놓자마자 추방령을 내리는 홍 주임 말에 억울하다는 표정의 준혁 모습이었다.''“꼭 나가야 하나요? 그래도 쫄병한테 음료수라도? 아니 물이라도…….”''“그럼, 여기 계속 계실건가요? 박 팀장님의 옷을 벗어야…….”''“이런, 그것을 생각지 못했네. 팬티스타킹을 신은 건가?”''준혁의 그 한마디에 얼굴이 완전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 버린 은혜였다. 더불어 홍 주임의 어이없는 웃음소리까지 들려오고 있었다.''“크크크, 에고, 별것 다 아신다니까. 그래요. 안에 신은 것을 벗어야하니 빨리 나가세요.”''“알았다고요. 너무 밀지 말라니까요?”''문 밖으로 내몰던 홍 주임의 박 팀장에게 싱긋 윙크하고 있었다.''“역시 최상급 늑대라니까요. 어물쩡거리며 안 나가려는 것을 보면. 자 이제 발목을 봐야 되나요?”''“저…….”''“무슨 문제라도?”''“그게요…….”''“왜 이리 수줍어하실까요? 말씀해 주세요.”''“다시 한 번 확인해 주세요.”''“무엇을요?”''“이사님요. 문 밖에 혹시라도 서 계시는지.”''“설마? 흐음. 그럴지도 모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서둘러 살금살금 문에 다다른 홍주임이 문을 벌컥 열어 제낀다.''“어? 이사님?”''“엄마야.”''“제가 오히려 엄마야를 찾고 싶네요. 여기에서 뭐하세요? 사무실로 안 가셨어요?”''“나보고 나가 있으라면서요.”''“네? 그럼 지금…….”''“박 팀장. 치료 다하면 누가 박 팀장 데리고 가죠?”''“그런, 속 깊은 뜻이? 제가 부축하면 되니 그만 가서 일하세요.”''“쳇, 알았다고요. 간다고요 가.”''서둘러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이준혁 이사이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문을 닫고 박 팀장 곁으로 다가온 홍주임이 서둘러 부추하며 옷을 벗긴다.''“걱정이 많이 되셨나 봐요.”''“저를요? 설마요.”''“왜요? 직원이 다쳤다면 당연히 임원이 걱정해도 되죠.”''“아. 네…….”''“발목을 보니 약간은 부은 것 같은데. 얼음찜질 좀 해보고 시간 두고 봐야겠네요. 혹시 모르니 발가락들을 한 번 움직여 보세요.”''홍주임의 말에 따라 발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시큰거리며 아파온다.''“뼈는 괜찮은 것 같네요. 우선 누우세요.”''“사무실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제가 내선으로 연락할게요. 그러지 말고 이 기회에 한숨 푹 쉬셔요. 그게 나을 것 같네요.”''“네. 감사합니다.”''“무슨 그런 말씀을.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은혜를 침대에 눕히며 가벼운 모포를 덮어 주고 있었다. 발목에는 얼음을 감싼 수건을 만들어 올려 놓으며 받침을 만들어 기대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