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 '음악이 선사하는 진동이 두꺼운 천에 스며들어 온몸으로 퍼졌다. '무료한 표정으로 소파에 기대앉은 동욱의 손에 들린 술잔이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쉴 새 없이 이어지는 대화와 그에 맞추어 쉴 새 없이 채워지는 술 잔. 벽에 붙어있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고,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사각의 좁은 공간에 뒤섞여 머리가 지끈거렸다.'일행인 친구 녀석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제 옆의 여자들과 시시덕거리고 있었지만 동욱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값비싼 술과 휘황찬란한 안주, 절친한 친구 녀석들과 최신 설비가 갖추어져 있는 나이트클럽 내의 최고의 룸에서 즐기고 있었지만 그러면 뭐하랴. 재미가 없는데.'“오빠앙~! 나 잔 비었잖아앙!”'A컵도 안 될 것 같은 새가슴을 팔뚝에 비벼대는 여자.'아직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파악도 못할 만한 나이대로 보이는데 어쩌자고 이러실까?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애들이 이렇게 비벼대지는 않았건만.'그래도 예의상 씨익 웃으며 술을 따라주는 동욱이다. '몇 번 웃어주고 재미있는 말 몇 마디 던져줬더니 좋아 죽겠다고 방실방실 거리는 모습이 속으로 비웃음을 삼키게 만들었다.'“나 화장실 좀.”'원래 이런 대사는 여자 쪽에서 치고 나오는 게 정석인데. 동욱은 자신의 옆에 앉아서 온몸을 비벼대는 여자를 버려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부킹을 온 여자가 싫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인상 찡그릴 여유가 있으면 속옷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미니스커트나 끌어 내릴 것이지.'이왕 화장실에 왔으니 볼일이나 보고 갈까 하는 마음에 동욱은 지퍼를 내리고 소변기 앞에 섰다. 그런데 화장실 안에 구비되어 있는 소파에 앉아 낄낄거리는 남자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요즘 것들은 조금만 잘해줘도 홀딱 넘어 온다니까?”'“야, 넌 재주도 좋다! 어떻게 매일 2차를 나가냐?”'“야야, 술 아끼지 말고 챙겨주는 척하면서 매너 있게 굴어봐라. 살짝만 취해도 데리고 나갈 수 있다니까?”'힐끗 남자들을 쳐다보니 입고 있는 의상이 봐줄만 하다. 한눈에 보기에도 돈깨나 들였을 법한 고급 양복을 보니 평범한 회사원은 아닌 듯하다. 생각해 보니 평사원이 오기에는 조금 버거운 클럽이기는 하다.'“하긴. 요즘 애들이 개념이 없긴 하지. 그런데 너 이러고 다니는 거 네 애인은 아냐?”'“걘 내가 집에서 자고 있는 줄 알지.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