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희는 아이가 속한 장면을 그림 보듯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은 이곳에 있으나 없는 존재. 아이의 수명의 끝을 보게 된 요희는 아이가 죽으면 적어도 천도의 춤은 추어주리라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 눈길이 부딪힌 인연도 운명이라면 운명이었다. 그러나 요희는 아이가 마지막으로 큰 공기방울을 뱉어내며 물속에서 몸을 늘어뜨리는 것을 보고는 손을 들었다. 자신이 왜 이러는지도 몰랐다. 그저 몸이 움직이는 대로 놔두었다. 이렇게 살아나면 이것도 아이의 운명이어니……. 아이는 둥실 떠올라 요희의 앞에 떨어졌다. ' 바닥에 놓인 아이에게선 생명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곧 자다 일어난 것처럼 천천히 눈을 뜨고는 눈을 깜박거렸다.' 잠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어리둥절하던 소년은 자신의 옆에 있는 금빛 여우를 보았다. 찬란한 금색의 부드러운 털을 가진 여우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도 하나하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여우의 부드러운 털은 이 세계의 것이 아닌 듯 보였다. 여우의 자태는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소년은 제가 살아난 것이 매우 불만인 듯, 씩씩거리며 황금빛 여우를 노려볼 뿐이었다. ' “네가 날 살렸느냐?”' 그 기세가 제법 당차 여우는 말끄러미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날 왜 살린 것이냐.” ' 여우는 그의 질문에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것을 대답해줄 수는 없었다. 소년은 여우를 보며 시근덕거렸다. 제 분을 못 이기겠는지 손에 잡히는 흙과 풀 따위를 마구 여우에게 뿌려댔다.' 그러던 소년이 갑자기 얼굴에 웃음을 보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여우의 코앞으로 성큼 다가섰다. ' “혹, 날 잡아먹으려 살렸느냐?”' 그제야, 소년은 화색이 돈 얼굴로 여우를 보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 옳다, 그것으로구나. 세상에 나 한 일이 하나 없거든. 잘 되었구나. 네가 날 먹거라. 물에 빠져 죽는 것보단 이 일이 훨씬 뜻있겠구나. 한 명의 배라도 차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 소년은 그리 말하곤 자신의 머리를 여우의 입에 디밀었다. 어서 먹으라고 제 머리로 여우의 주둥이를 밀어댔다. 여우가 정말 자신을 죽이려 한다면 어떠한 고통이 따를 것이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조금도 없는 모습이었다. ' 요희는 그런 소년으로부터 두어 발짝 물러나 앉았다. 그리고 그 소년을 보았다. 그 소년의 미래가 화폭에 담기듯 머릿속에 그려졌다. 문득 자신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손에서 나간 붉은 실이 그의 작은 손에 매듭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눈부시게 쏟아지는 전생의 찬란한 기억들 때문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 요희는 울었다. 소년은 제 머리를 맡긴 여우가 사람처럼 울기 시작하자 마냥 신기한 듯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요희는 그런 소년을 보며 넋을 놓듯 울고 또 울었다. 자신의 낭군, 자신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