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아는 자신의 앞으로 떨어지는 작은 봉투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고급스러운 종이에 아름다운 문양이 그려진 초대장이었다. 그녀의 눈이 맞은편에 앉아있는 이 실장에게로 향했다.'“뭐죠?”'“압구정에 새로 오픈하는 부티크야. 정식 오픈 전에 돈 있는 사모님들만 모시고 작은 패션쇼를 열 모양이야.”'지아의 눈이 세모꼴로 치켜 올라갔다.'“그래서요?”'이 실장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지아에게로 몸을 쓱 내밀었다.'“이봐. 지아 씨. 몰라서 물어? 요즘 자기 무지 안 팔리는 거, 알지? 이 일도 겨우 얻어온 거야. 요즘 모델 일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고등학교도 졸업 안 한 애들이 한없이 밀려들어온다고. 고등학교가 뭐야, 중학생들도 모델 하겠다고 찾아오는 마당에……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우리 쉽게 좀 가자.”'“그래서 날더러 지금 돈 있는 사모님들 앞에서 옷 자랑이나 하라, 이거예요?”'“그래. 그게 어때서? 이런 일이라도 물어만 달라고 하는 모델들이 부지기수야.”'지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이를 갈듯 내뱉었다.'“그럼 원하는 모델한테 줘요. 난 다가오는 컬렉션 준비나 할 테니.”'“하! 컬렉션? 윤지아 씨. 상황 파악 좀 제대로 해!”'차갑게 일어서던 지아는 이 실장의 한심하다는 말투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요? 방금 한 말, 무슨 뜻이죠?”'“이거 왜이래? 정말 몰라서 그래? 나도 죽겠다고. 썩 잘 나가지는 못해도 패션계에서 이름도 알리고 종종 잡지 표지에도 나오던 자기 아냐. 9년이나 모델 짓 했으면 대충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어?”'“무슨 말인지 정확히 말해요!”'‘더 모델’의 이 실장은 표독스러운 표정의 윤지아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여튼 이 상황에서도 콧대만 높아서는…….'“최상훈 디자이너, 왜 건드렸어?”'지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난 건드린 적 없어요. 그렇게 대단한 디자이너를 일개 모델이 무슨 수로 건드려요?”'“그래. 말 잘했어. 대한민국에서 톱 파이브에 드는 디자이너의 심기를 그렇게 건드려 놨으니 지금 윤지아 씨 상황이 이 지경인 거야. 장사, 한두 번 해? 패션쇼 끝나고 클라이언트들과 모델들 스텝들까지 모여서 술자리 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야?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 할 것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