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랑 입장!”'경쾌한 음악 소리와 함께 턱시도를 차려입은 영훈이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성규가 짓궂은 멘트를 날렸다.'“노총각이 장가가니 기분이 날아가는 모양입니다. 걸음걸이도 경쾌하죠? 하하하.”'성규의 멘트에 앉아 있던 하객들이 웃음보를 터뜨렸고 식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그럼 이제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멘트와 함께 부케를 두 손에 든 채희가 영훈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옆에 든든한 아버지와 함께 가는 것이 아닌 혼자서 미래를 약속하는 남자에게 꿋꿋하게 걸어 나갔다. 이제까지 힘든 삶을 헤쳐 온 것처럼, 그렇게 혼자서 씩씩하게 영훈이 있는 곳까지 가서 그가 내민 팔을 붙잡았다.'영훈의 어머니는 이혼하자는 남편의 협박에 두 손을 들었고, 그들의 결혼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인정해야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딸의 결혼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주례자의 질문이 향했고, 담담한 마음으로 대답한 그들은 30여분 만에 가까운 친지들 앞에서 부부가 되었다. 평생 사랑하겠다는 다짐과 함께.'“그럼 마지막으로 신랑은 신부에게 키스하시기 바랍니다.”'주례가 끝이 나고 신랑, 신부 행진을 하기 전 또다시 성규의 짓궂은 요구가 발생됐다. 키스를 하라는 말에 영훈과 채희는 성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키스를 하기 전에는 끝내 주지 않을 것 같은 성규로 인해, 영훈은 망설이듯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아주 짧게. 그러자 하객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자, 그럼 이번에는 신랑의 만세 삼창이 있겠습니다.”'성규의 또 다른 요청에 영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성규는 호락호락하게 내보내 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결국 영훈은 두 손을 들고 만세 삼창을 외쳤다.'“만세! 만세! 만세!”'“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의 힘찬 행진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들은 큰 박수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곧이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고, 영훈과 채희는 사람들이 터뜨리는 폭죽 소리와 함께 예식 홀을 벗어날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니, 가까운 가족들과 친구들이 신혼여행을 떠나는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계집애, 네가 나하고 비슷하게 결혼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니?”'“채희 씨,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해요.”'“민영아, 고마워. 경수 씨도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