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벅, 꾸벅.’ '테이블에 부딪치지 않는 게 신기하게 다미는 졸고 있었다. 좀 독하긴 하지만 양주 한 잔에 졸고 있는 것이다. 주당들만 모여 있는 새인의 주변에선 정말 보기 드문 경우였다. '‘안다미. 참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아이구나.’'신기한 동물인양 새인은 다미를 관찰하며 여러 가지 생각에 빠졌다. 앞으로 이 아이를 어떻게 자신만의 피사체로 만들어야할지. 과연 자신이 제대로 된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피사체로 만든 이 아이의 모습을 바로 찍어 낼 수 있을지.'“쿵!”'새인이 잠시 깊은 생각의 바다에 빠지려는 찰나 아슬아슬 졸던 다미가 결국 테이블에 머리를 찧고 말았다. '“풋.”'새인은 웃음이 났지만 창피할 다미를 위해 얼른 표정을 바꿨다. 테이블에 부딪치며 정신이 든 다미는 반동적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다 졸았냐?”'순간 다미는 자신이 뭘 했나 싶었다. 새인이 준 우유를 마시고 좀 괜찮아지는 듯 했고, 그를 향해 뭔가 중얼거린 것도 같았다. 그리곤 온 몸에 후끈한 열기가 오르더니 나른해졌었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뭐야, 나 졸았던 거야. 아, 쪽팔려. 안다미 막장을 가는구나.’'술이 약하긴 했지만 플레어에 와서 마셨던 칵테일은 살짝 기분만 업 시켰지 취하거나 졸게 만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싸가지 없는 인간 때문에 마셨던 양주 한 잔이 자신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가까이 해선 도움이 안 될 인간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더 이상 새인의 얼굴을 보고 앉아 있으면 또 어떤 상황을 벌이게 될지 몰랐다.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과제 제출도 끝내고 방학도 한 기념으로 좀 늦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그럴 마음이 없어졌다.'“가. 가는 길에 떨궈 줄게”'시간 확인하는 걸 보고는 가려한다는 걸 알았는지 새인이 눈치 빠르게 말을 건넸다.'“참 나. 내가 물건이에요? 그리고 물건이라도 요즘 택배 기사님들은 집 안까지 안.전.히, 친.절.하.게 배달 잘 해주시거든요”'더 이상 막힐 기도 없었다. 이젠 하다하다 짐짝 취급도 받는구나 싶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