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은수는 오랜만에 서울을 벗어나 상쾌한 바닷바람을 마시고 있으려니, 홀가분한 마음에 기분 좋았다. 상쾌한 기분을 흠뻑 만끽하게 해주는 이곳, 부산도 결국은 일에 떠밀러 오게 되었지만, 그래도 몇 년 만에 쐬는 바닷바람은 무척이나 상쾌하고 기분 좋았다. '‘드림 종합 건축사 사무소’에 몸담은 지 4년이라는 시간, 은수로서는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무척이나 고단하고 힘든 시간들이었다.'스물세 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집에서 살림이나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 외에는 한 적 없는 사회 경험이 전혀 없는 여자가, 거기다 애까지 딸린 이혼녀의 몸으로는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한들 사회에서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조건이었다. 그런 악 조건을 극복하고자, 다른 사람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 하며 살아 왔다. 비록 기회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얻어낸 것은 아니었지만……. '드림의 오너 ‘이중운’ 뛰어난 실력과 냉철한 판단력으로, 우리나라에 많고 많은 설계사무소들 중, 단기간에 실력을 쌓아 건축업계에서는 가장 실력 있는 업체로 인정받았다. 그 후 규모를 늘려 드림을 창립한 지 2년 만에 설계는 물론 시공까지 그 영역을 넓혀간 곳이었다. 중운의 냉철한 성격은 직원들을 채용하는데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은수를 채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은수도 나중에야 안 사실이었지만, 은수의 대학 선배인 김종수 때문이었다. 은수가 대학입학을 하면서부터 오랜 시간동안 친한 선, 후배 사이로 지내온 김종수는, 은수의 취직을 위해 이중운에게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아부와 협박 등)을 동원했다. 은수는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종수가 자신의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전혀 뜻밖의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고맙고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애써 종수의 마음을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종수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다른 직원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그 노력의 결과, 3년 만에 설계팀의 대리로 승진하는 쾌거를 일궈낼 수 있었다. 거기다 내일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공사에 계약만 무사히 체결한다면 회사에서 은수의 입지는 더 굳건해질 것이다. 그러나 은수가 이 정도의 뛰어난 실력이 있었다한들 만약 김종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은 은수의 실력을 인정해주고 있는 ‘드림’도 은수를 쉽게 받아주지는 않았을 것이다.'기분 좋은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바닷가를 걷고 있던 은수의 머릿속에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은수의 짧다면 짧은 인생의 행복했던 시간들에 비해 뼈를 깎는 것 같은 고통을 주었던 사람, 바로 전 남편 ‘박민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