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요, 아줌마. 왜 자꾸 사람 말을 무시하고 그래요? 기분 나쁘게.”'단희는 그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잠시 생각하다, 할 필요도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소년은 포기하지 않았다.'“혹시 안 들리는 거에요? 어이! 아줌마!”'주변에서 왔다갔다 거리며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소년의 태도에 결국 열 받은 단희가 침대에서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 시끄럽다고, 정말!”'“어! 역시 들리잖아. 아줌마가 무시하니까 그렇죠!”'“난 아줌마 아니거든!”'단희가 그렇게 외치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환영을 상대로 이런 웃긴 말다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옷 갈아입을 기운도 없었다.'“그건 아줌마 희망 사항이겠죠.”'“이게 정말…….”'단희는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너 자꾸 뭔데 남의 신경 긁어놓고 난리야? 이왕 나타날 거면 소지섭이라든지 장동건이라든지, 이런 게 나타나면 좋잖아!”'“꿈이 상당히 크시네요, 아줌마. 근데 나도 나타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라구요.”'“그럼 뭔데!”'“그냥 아줌마가…….”'소년이 무어라 말을 이으려다 멈추었다. 단희는 여전히 눈초리를 세운 채 그를 째려보았다.'“나를 볼 줄 아니까 따라다니는 것뿐이에요. 나도 이왕이면 섹시하거나 좀 더 예쁜 여자한테 목격되고 싶다구.”'주저거리던 소년이 그렇게 대답했다. 정말 밉살맞은 놈이라고 생각하던 단희는 문득 이게 어쩌면 환상이 아니라 진짜 귀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과대망상증이 아니라 저번에 머리를 부딪친 충격으로 귀신이 보이는 게 아닐까? 귀신을 믿지 않던 그녀로서는 조금 우스운 생각이었지만, 단희는 예전에 봤던 영화에서 문득 그런 내용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냈다.'“그럼 그런 여자 찾아가면 되잖아.”'“나라고 시도 안 해봤겠어요? 근데 아무도 내가 안 보이니까 그렇지. 나도 노처녀 아줌마 뒤꽁무니나 따라다니고 싶지 않다구요.”'소년의 말에 그녀가 또다시 발끈했다.'“나 아직 서른밖에 안 됐다고!”'“뭐요, 서른? 아줌마 맞잖아! 시집도 안 가고 그 나이 때까지 뭐 했어요?”'“네가 뭔 상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