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자신이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와 너무나 대조되는, 마치 장례식장에라도 온 것 같은 새까만 턱시도를 입고 있는 그는 옷 색깔보다도 더 진한 눈동자를 하며 자신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결혼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럴 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옆에서 직접 보게 되니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결혼식을 보러 오신 사람들을 생각하면 동요되어서는 안 됐다. 비록 그녀의 하나 남은 가족인 조부마저 돌아가시고 왕래가 거의 끊어졌던 친척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결혼식을 축하 하러 오신 분들이시다. 은주는 떨리는 두 손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부케를 꽉 움켜쥐곤 그녀의 친척들과 다른 하객들에게 웃음을 보냈다. 하지만 자신의 귓속에 파고 들어오는 그의 낮고 차가운 음성에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부케를 떨어뜨리고 주저앉을 뻔 했다.'“지금 웃을 수 있을 때 실컷 웃어둬. 식만 끝나면 네가 그토록 원하던 거지같은 지옥의 결혼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깐.”'절대 울 수 없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에 외면하지 않고 걸어가기로 수없이 마음먹었다. 그 날……. 그의 사랑을 보내 버린 날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곁에 있기만 해도 좋았기에 그의 가슴에 아픔을 주고 말았다. 누군가 그러길 사랑은 희생이라고 했다. 자신은 그 희생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말았다.'그렇게 결혼식은 은주의 미소에 가려진 눈물 속에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