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두야!”'졸업식을 마치고 며칠 안 되었을 때, 태령의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 한마디였다. '“그 말투, 되게 빈정 상한다?”'집 앞으로 찾아온 남자는 다름 아닌 성시운.'그는 불량스러운 얼굴에 욕지거리를 내뱉는 말투로 험악하게 말하더니, 다짜고짜 태령의 팔목을 감아쥐고 거칠게 잡아끌었다. '“어디 가요! 시운 선배!”'“너한테 할 말 있어.”'할 말은 매번 같은 거 아닌가? '“전 들을 말이 없어요!”'“넌 왜 그렇게 네 멋대로야!”'그러는 넌!'태령이 팔목을 뿌리쳤다. 이미 그의 손에 끌려 놀이터에 당도한 상황이었다. '억센 손아귀 힘이나 위압적인 시선이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그녀에게 큰 잘못을 한 적 없던 남자다. 아마도 그와 사촌지간인 서루현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루현과 그녀는 절친한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루현은 폭주기관차처럼 제멋대로에, 황소고집을 부려대고 난폭하기 짝이 없던 시운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생이 된 시운을 막기엔 루현 역시 역부족이다. 워낙 변수가 많으니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심히 홍길동스러운 행동도 그렇고. 이제 겨우 대학 신입생이 된 루현이 그의 스케줄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것도 역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루현의 도움을 기다리는 건 아무래도 어렵지 싶었다. '“그동안 루현이 자식 때문에 솔직히 제대로 말도 못 해봤잖아. 군소리 말고 따라와!”'“매일 협박, 아니면 경고 외엔 하는 말이 거의 없는데.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또 이렇게 찾아왔을까요?”'“나 말이다…….”'“전 됐어요.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