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얼굴에 동그란 눈, 지적인 이마를 드러낸 긴 생머리를 한 여자의 검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민규는 그 눈에 그대로 갇혀버렸다. 어찌할 수 없는 결박 감으로 민규는 여자의 시선을 받아내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 때였다. 맞은 편 골목길에서 걸어오던 세 명의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녀의 차가워진 얼굴은 금세 거부의 뜻을 드러냈지만 남자들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이해하고도 모른 체하는 것인지 물러서지 않았다.'민규는 남자들의 뒤통수를 쏘아보며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금새 두려운 기색이 가득해졌다. '호감가는 여자에게 막무가내로 시비를 거는 이런 남자들이 꼭 곳곳에 있었다. 민규는 이런 남자들에게서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녀를 그냥 놔두고 갈 의향이 전혀 없었으므로 차가움으로 똘똘 무장하고 그들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는 민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민규는 왠지 그런 그녀의 시선에서 놓여나고 싶지 않았다.'물살을 가르듯 걸어가 이윽고 여자의 코앞에까지 선 민규는 돌아서서 남자들에게 조용히 말했다.'“뭐하는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