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른 아침부터 여긴 무슨 일이세요?”'“지나가다가, 당신이랑 차 한 잔 마실까 해서.” '가까이 다가선 그에게서 산뜻한 스킨 향이 퍼졌다. '“우리가 언제 차 마시는 사이였어요? 바빠서 금방 들어가 봐야 해요.”'“고마워.”'“……?”'“우리라고 해 줘서. 후훗, 듣기 좋은데?”'“하!” '수아가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새침하게 쳐다보자 우찬은 언젠가 보여줬던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또다시 지어 보였다.'“너무 그러지 마, 나도 바쁘다고. 시간 많이 안 뺏을게. 여기서 마시자.”'“추워요! 입김 나는 거 안 보여요?”'“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식을까봐 가슴에 품고 왔는데, 아직 따뜻한 걸?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라고. 자, 여기.”'캔 커피. 그가 재킷의 안쪽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따뜻한 캔 커피였다. 마개를 딴 후 준비한 듯 손수건을 꺼내 마시는 입구를 한번 쓱 닦아내고는 그녀에게 내밀었다. 수아는 자동적으로 손을 내밀어 받아들고는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자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의 볼에도 갖다 대 보았다. 우찬이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며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예쁘다.”'“어쩜, 그런 말을 눈 하나 깜짝 않고 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 바람둥이라는 거예요.” '수아가 자신을 향한 우찬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톡 쏘아 말했다. 그러자 우찬이 그녀의 말에 얼굴이 살짝 굳어지더니 자신의 캔 커피를 딴 후 벌컥벌컥 쉬지 않고 끝까지 마셔댔다. '“아니, 누가 커피를 그렇게…….”'“그만 들어가 봐. 춥다면서, 갈 게.”'“혹시 무슨 일…… 있는 거예요?”'“그냥, 당신이 갑자기 보고 싶었어. 그것뿐이야.”'“바람둥이…….”'“하하하, 그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나? 당신이 그렇게 순진한 얼굴로 말하면 정말로 내가 그런 놈인 것 같이 느껴진다니까?”'우찬이 말하고 있는 동안 수아가 그에게로 조금씩 다가왔다. 잠시 그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는가 싶더니 바로 손을 올려 우찬의 눈썹 위를 만지려고 했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손길에 그가 불에 덴 듯 움찔 놀라서는 뒤로 재빨리 물러나자 그런 그의 행동에 민망했는지 수아가 어색하게 손을 내리며 말했다. '“이게 뭐예요. 싸우고 다니기라고 하는 거예요? 그땐 못 본 것 같은데…….”'“후훗, 이거? 며칠 전에 15대 1로 싸움이 있었어. 자식들이 괜히 시비를 걸잖아? 이건 그때 얻은 영광의 상처. 어때, 멋있지?”'“지금 하나도 재미없거든요? 다 큰 사람이 왜 그러고 다녀요? 상처나 생기고, 약은 발랐어요? 사업한다는 분이 얼굴에 그런 상처 달고 다니면…….”'“풋, 춥다. 그만 들어가.”'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돌아서는 우찬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여서 그랬을까.'“이사님!”'“……?”'“힘……내세요.”'“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저기, ……힘내시라고요. 파이팅!” '수아가 그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후훗, 날 자꾸 붙잡는 이유가 뭐야?”'“네에?” '다음 순간 우찬이 다시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와락 끌어안았다.'“어머! 이봐요!”'우찬은 놀란 수아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안았던 손을 바로 풀며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역시, 오길 잘했다. 고마워, 내 앞에 다시 나타나줘서. 정말 간다! 들어가.”'그가 돌아서서 곧 사라져버리자 그 자리에 멍 하니 서 있던 수아는 자신의 캔 커피를 들어 볼에 다시 갖다 댔다. 많이 식었지만 아직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을 안았던 그의 스킨향이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 그의 품은 참 포근하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