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 이게 마지막인가?”'단한은 손에 든 상자를 거실에 내려놓으며 허리를 툭툭 두드렸다. 지난번에 살던 곳보다는 조금 낡은 빌라였지만 전망도 나쁘지 않고 집도 꽤 널찍했다. 단지, 교통이 조금 불편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하지만 아침에 조금 서둘러 일어나면 될 테니 크게 염두에 두지 않기로 했다. 전에 살던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지 않았다면 이사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어차피 계약기간이 다 끝나가던 시점이었기에 미련 따위는 말끔히 접기로 마음먹었다.'대충 정리가 끝나자 단한은 한동안 쓰지 않아 욱신거리는 근육을 툭툭 두드렸다. 가스를 연결할 때까지는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이라도 사 와야 할 것 같았다. 그는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에 미리 봐두었던 편의점으로 향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길목이라 그런지 부쩍 비 오는 날이 잦아졌다. 어젯밤에도 비가 한바탕 내렸지만 이사하는 오늘은 날이 맑아서 천만다행이었다.'콧속으로 밀려드는 초여름의 공기를 음미하며 현관을 나선 단한은, 복도에 오도카니 서 있는 조그만 남자 아이를 발견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아이는 대략 예닐곱 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동글동글한 하얀 얼굴과 또랑또랑한 눈망울, 붉은 입술이 여간 예쁘장한 것이 아니었다. 짧은 머리와 남자 아이 옷차림이 아니었으면 영락없이 여자 아이로 오인할 만큼 귀여웠다. '아이라면 예전부터 사족을 못 썼던 단한은 어딘가 모르게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보통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을 가지기 때문에 단한은 여동생이 유일한 장점이라고 칭찬했던 미소를 얼굴 한가득 머금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안녕?”'아이가 조금 경계의 빛을 띠며 단한을 올려다보았다. 단한은 쪼그려 앉아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생긋 미소를 지어주자 굳어졌던 아이의 얼굴이 살짝 풀렸다. 웃을 때 부드럽게 접히는 눈가의 주름이 그렇지 않아도 선한 단한의 인상을 한층 상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보통 그가 웃고 있으면 사람들은 대부분 편한 감정을 느꼈다.'“여기가 네 집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