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단 한 번만 만나 보라는 거야.”'“지금 장난해?”'“장난 아니야.”'“그럼 왜?”'지나칠 정도로 깐깐한 예원의 목소리에 재현이 흘깃 그녀의 눈치부터 살폈다.'아무래도 쉽게 넘어갈 것 같지는 않는 것이, 적절한 양념이 조금 더 필요한 듯싶다.'“이 오라버니가 하나밖에 없는 귀중하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준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냐?”'“바로 그 점이 수상하다는 거야. 친애하는 오라뱅이.”'“이 녀석이! 감히 하늘같은 오라버니에게 하는 말본새 좀 봐라.”'“흥! 새삼스럽게 왜 그러셔? 오라버니에다가 주정뱅이를 합한 말인데. 그 무엇보다 오라뱅이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호칭 아냐?”'예원이 날름 혀를 내밀고 살살 재현의 약을 올렸다. 가뜩이나 거무스름한 재현의 얼굴에 붉은색까지 더해지자, 그의 얼굴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묘한 빛이 감돌았다.'“뭐가 그렇게 수상한데?”'가까스로 화를 억누른 재현의 목소리가 위험스러운 기운을 풍기며 한층 낮게 깔렸다. 그러나 예원은 여전히 태연자약했다.'“우리 어디 한번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그래, 어디 한번 상식적으로 말해 봐라.”'예원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재현은 이제 자존심 상한 남자의 전형적이고 도전적인 얼굴로 탈바꿈해 있었다. 예원은 독 올라 고개를 바짝 치켜든 코브라처럼 약이 오른 오빠의 얼굴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단순한 인간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