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이야기 - 강가의 매설자買舌者 '''''''- 이야기를 해주세요.'이야기?'- 그래요. 이야기 말이에요. 재미있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 뭐 그런 거.'내가 매설자(買舌者:이야기꾼)이기는 하지만 자네처럼 불쑥 찾아와서 아무 얘기나 해달라고 졸라대는 사람은 또 처음이구먼.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라도 한 게야?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필요해서 나를 찾아온 건가?'- 말하자면 둘 다요. 하지만 나는 정확하게는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당신을 찾아왔어요. 나는 지금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그래, 그래. 알겠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이야기꾼이야. 나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알지. 오늘부터 평생 동안 자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해도 다 듣지 못할 것들을 나는 알고 있다네. 그러니 그렇게 막무가내로 이야기를 해달라고만 하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떠올라서 나는 도리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물어보지. 자네는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은가? 어떤 사연을 좋아하는가?'- ……글쎄요. '글쎄요, 라고? 방금 전까지는 뭐든 괜찮을 것 같이 의기양양하더니 정작 무엇을 좋아하느냐 물어보니 글쎄요라?'- 그럼 무슨 이야기를 가장 잘 하세요? 그걸로 듣겠어요. 가장 재미있을 테니까. 그렇죠?'이보게, 젊은이. 아까도 말했고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이야기꾼이야. 이야기꾼에게 잘하는 이야기와 못하는 이야기란 없어. 아는 이야기와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지. 내가 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어떤 이야기냐에 따라 내용만 달라질 뿐 그걸 풀어내는 내 말솜씨에는 변화가 없다 이 말이야. 자네가 무얼 바라든 나는 그걸 잘 풀어나갈 수 있네. '- ……좋아요. 알았어요. 생각해볼게요.'천천히 생각해도 돼. 나는 곰방대나 좀 빨아야겠네. 첫 손님으로 자네같이 엉뚱한 사람이 걸려든 것을 보면 오늘 내 일진이 만만치 않으렷다? 으흠흠.'- 생각났어요. '그래,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은가?'- 사랑 이야기요.'사랑얘기?'- 그래요. 나는 사랑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나는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게 궁금해요. 사랑이라는 거.'''''''<여는 이야기 - 강가의 매설자買舌者>''<제1화> 사랑입니까''<제2화> 세야담世夜談 ''<닫는 이야기 - 낙조落照에서 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