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정말 그러실 거예요.”' 기분이 상한 듯 잔뜩 찡그린 얼굴로 미나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 “뭘?”' “하나밖에 없는 딸이 이렇게 부탁하는데 그걸 무시하시면 어떡해요?”' 항상 박 사장이 입에 달고 말하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특별히 강조하며 미나가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박 사장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피지만 마음속에서 절망을 외치고 있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에 미나는 불안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네 말대로 딸은 하나지만 아들도 하나 있으니 내가 그러지. 네 오빠는 나한테 이런 부탁 안했다.”' 박 사장은 미나의 울그락불그락 변하는 얼굴 표정을 재미있다는 듯 보며 오히려 딸을 약 올리며 즐기고 있었다. ' ‘네가 아무리 그래야 소용없다.’' 얼굴에 열이 난 듯 빨갛게 상기되어서 ‘나 화났어요.’ 라고 말하는 딸을 보며 마냥 즐겁다는 듯 웃는 얼굴과 반대로 박 사장의 속마음은 어림없다는 듯 마음을 이미 굳히고 있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 “오빠는 부탁하기 전에 미리 도와주셨잖아요. 이건 엄밀히 말해서 남녀 차별하시는 거예요. 차별, 차별이 분명해.” ' 진정이 안 되는 지 손을 부채삼아 연신 흔들며 미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며 아빠인 박 사장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최대한 자제하며 말했다. 물론 감정이 드러난 높은 톤의 미나의 말소리를 감출 수는 없었지만. 이도저도 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참아야했다. 이대로 모든 것을 놓칠 수는 없다. 칼을 뽑았으면 뭔가라도 베어야 하지 않을까? 참자 참아. ' 엄격하긴 하지만 다정한 아버지였기에 미나는 자신의 뜻을 기꺼이 들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봐선 그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박 사장은 들어줄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 절대 불가를 외치는 박 사장의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눈동자도 단호했고 입술은 굳게 닫혀있다. 어디에서도 인자한 아빠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미나에게 있어서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철저하게 반대하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