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뭐야! 이따위 걸 하고 있으니까 대학에 떨어지지!”'“엄마! 안 돼! 찢지 마! 내가 잘못했어! 이제 다시는 안 쓸게!”'“입 닥쳐! 이년아! 네가 거짓말 한 게 한두 번이야? 너 지금 정신이 있어? 남들은 코피 터져가며 공부하는데 딴 짓을 해? 이번엔 어림없어! 이번에도 대학 떨어지면 딸이고 뭐고 없어!”'“엄마! 안 돼!”'애원이 절규가 되었으나 결국은 끝나버렸다.'찌이익.'허무하게 찢겨져나가는 노트를 하영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갈가리 찢겨진 그녀의 희망. 그녀의 꿈. 그녀의 자랑들. 그것도 모자랐는지 아예 온 방안을 뒤져 모조리 숨겨놓은 글들을 찾아낸 모친의 서슬은 결국 전부 찢어서 불태워버리기에 이르렀다.'아무리 애원하고 매달리고, 다시는 안 쓰겠다고 맹세해도 그녀의 모친은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해치워버렸다. 그래서 그렇게도 애지중지 가지고 있었던 애정담긴 글들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아아,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들키지 않으려고 그렇게도 애썼는데 역시 우리 엄마는 당할 수가 없어.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처음으로 엄청난 반항심이 머릿속을 도사리고 떠나가지를 않았다.'너무도 분노가 치밀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그래! 나 쓸모없는 인간이야! 그러니까 이대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죽게 내버려둬! 제발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마!’ 이러고 싶다.'그리고 그날은 은하영 인생에서 최초로 가출을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