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와 내 가슴에 안겨 …….”'어머니가 자주 부르던 트롯을 자동차 핸들을 두드리며 한창 부르던 휘소가 창문을 응시했다. 구정명절이라 그런지 백화점 앞은 시장바닥처럼 혼란스러웠다.'“무슨 쇼핑을 3시간을 넘게 하냐? 짜식아 빨리 나와라. 형님 오줌보 터지겠다.”'잠복근무에서 가장 힘든 일이 바로 생리현상을 참아야 하는 것이다. 버틸 만큼 버티다가 꽉 찬 오줌보를 손으로 지그시 감싸며 인적 드문 곳이나 공중 화장실을 찾는 순간 범인은 어김없이 머리카락을 보인다. 그것이 바로 형사들에게 적용되는 머피의 법칙. 겨우 머리카락만 살짝 보였으면, 잘못 봤다 변명이라도 하겠지만 몸통 전체를 드러내면 변명도 할 수 없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30분마다 오경록을 미행하는 한 경사의 보고에 휘소는 지금까지 꾹 참고 있는 중이다. 혹시나 몰라서 백화점을 50바퀴 째 빙빙 돌고 있는 나 반장과 노점상으로 변장한 김 경위가 백화점에서 오경록을 검거하기 위해 근무 중이다. '“미꾸라지 같은 새끼, 잘도 빠져나가네.”'오경록을 떠올리는 그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툭 튀어 올랐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유유하게 빠져나가는 오경록을 강력 3반에서 벌서 3번이나 놓쳤다. 거미손이라 불리는 휘소의 경력에 완벽한 오점을 장식하고 있는 오경록을 오늘은 꼭 잡을 것이다.'“술집이요.”'오경록을 떠올리며 백화점 정문을 응시하고 있던 휘소는 다급하게 택시에 오른 여자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벌서 15번째 손님이다.'“지금 점심시간입니다. 다른 차 이용하세요.”'겨울이라 저녁시간이 아니었는데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차, 하며 휘소가 한쪽 팔꿈치를 보조석에 기대고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휘소의 입술이 작게 휘파람을 불 듯 오그라들었다.'‘참 착한 얼굴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