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이현의 가택. '천지가 고요한 어둠에 잠긴 깊은 새벽이었다. 잠을 자던 진씨는 한순간 눈앞에 낙뢰처럼 번쩍하는 불꽃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허걱!”'“아니, 왜 그러시오? 부인.”'진씨의 신음에 놀란 이현은 잠에서 덩달아 깨어 벌떡 몸을 일으키고 앉았다. 그 무엇에 홀린 듯 아내는 주섬주섬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잠시 넋 나간 얼굴로 멀뚱히 푸른 어둠에 잠긴 허공을 향했다. '“아니 왜 그러는 거요?”'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앉은 아내의 어깨를 흔들며 이현이 의아한 얼굴로 재촉해 물었다. 멍한 진씨의 동공이 그를 향해 쏠려왔다. 입안이 바짝 마른 듯 물기 없는 입안을 그제야 뻐끔거리며 천천히 입을 떼는 진씨에게 이현은 얼른 자리끼 물을 건넸다. 벌컥벌컥, 물 한 사발을 깨끗이 비운 진씨가 그제야 정신이 들어오는지 땀에 송골송골 젖은 이마를 쓸어내리며 더듬더듬 말문을 토해냈다. '“후우……. 기이한 꿈을 꿨어요.”'“꿈?” '“예. 후원을 산책하는데 난데없이 먹구름을 뚫고 푸른 비늘을 번득이며 청룡이 나타납디다.”'“청룡!”'“예. 한데 그 용이 쩍 하니 입을 벌리더니 저를 덥석 물지 뭡니까. 그 번쩍이던 눈빛과 비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소름이 끼치는지 몸을 오스스 떠는 아내를 보며 이현은 흐뭇한 얼굴로 빙긋 웃었다.'“후후, 뭐 그런 걸로 겁을 집어먹고 그러시오. 용은 영물이니 그건 필히 길몽이오. 어제 새벽까지 무리하게 자수를 뜨더니 피곤한가 보오. 자, 그만 잡시다. 아직 아침이 오려면 한참 남았소.”'“예…….”'여전히 놀란 기색이 남은 아내 진씨를 이현은 톡톡 어깨를 다독거리며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가만히 눈을 감으려던 그는 문득 무언가 뇌리를 번쩍 스쳐가는 느낌에 벌떡 또 다시 몸을 일으켰다.'“어이 그러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