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하늘 떨어지는 매화꽃잎이 어느덧 더운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한여름이 다가오기 전 자신의 모든 매력을 발산하기라도 하듯 매화꽃잎은 여느때보다도 더한 매혹을 품고 있었다. 떨어지고 있는 매화 꽃잎을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바라보고 있던 여자아이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 빙긋이 띄었던 입가의 미소가 마치 거짓이라도 되는 양 금새 무심하게 표정을 지워버린 소녀는 마찬가지로 커다란 매화 나무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인영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었다.'아직 소녀는 어려 보였다.'키도 작았고 몸집은 그보다 더 가늘었으며 가지런한 아미나 동그란 이마, 누가 보아도 아리따운 소녀는 이제 열 살이나 채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 보였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절대 어린 아이의 그것이 아니었다.'‘느낌이 좋지 않아.’'그저 어린 아이의 치기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도 환히 웃어 주며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그녀와 동생을 돌보아주는 고마운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저 사람을 볼 때마다 기분 나쁜 소름끼침을 느껴야만 했다. '“서희 누나!”'숙부와 놀고 있던 쌍둥이 동생의 목소리에 서희는 살짝 동생에게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굳은 표정을 눈치 차린 것일까. 환히 웃고 있던 표정이 굳어 있었다.'“서희야, 어찌 그리 있는 것이냐?”'그 때였다. 서희의 위험한 기류를 감지라도 하듯, 막기라도 하듯 진씨세가의 가주이자 서희의 아버지이기도 한 진문이 서희에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무표정하던 서희의 얼굴이 밝아졌다. 더할 나위 없이 환하게 웃으며 아버지에게 뛰어갔다.'“아버지!”'“허허, 녀석도 참. 으잇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