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들어오라는 강 회장의 목소리가 들리자, 서현은 속으로 심호흡을 한 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익숙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지만 서현의 시선은 곧장 강 회장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검은 슈트를 입고 있는 한 남자에게로 날아갔다. '15년 가까이 보아왔었지만 언제나 깔끔하고 완벽한 남자, 그리고 서현의 마음을 처음으로 설레게 만들었던 남자가 빈틈없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회장님.”'분명히 자신이 들어온 줄 알 텐데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는 민혁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할 수 없이 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서현이 네가 웬일이냐?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먼저 찾아오고.”'아버지가 10번을 부르면 겨우 한 번 찾아갔던 서현이었다. 그런데 부르지도 않았는데, 서현이 찾아온 게 신기하고 반가운 강 회장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서 앉으라고 했다. '서현은 민혁의 맞은편에 앉으며 앞에 있는 민혁의 표정을 살폈다. 민혁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커피 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서현의 시선을 무시하고 있었다.'“아! 민혁이가 이번에 큰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왔다. 게다가 유럽 지역과 중남미 지역에서 좋은 조건의 공장 부지도 찾아냈고 말이다.”'“그랬군요. 이번에도 큰일을 성사했네요. 축하해요.”'“그래, 고맙다.”'서현이 먼저 축하의 말을 걸어오자, 민혁은 간단하게 서현에게 말을 건넨 뒤 고개를 돌려버렸다. 석 달 만에 얼굴을 보는 건데 저렇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다니.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민혁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안타깝고 속상한 건 어쩔 수가 없는 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