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삼삼오오 뭉쳐 산더미만한 초콜릿 바구니를 사들고 가는 사람들. 내일은 밸런타인데이다.'“또 빌어먹을 날이 어김없이 돌아왔군.”'호순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준비한 그 바구니들이 스물아홉 살의 호순에겐 눈꼴사나운 광경들이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주기는커녕 변변찮은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보고 스물아홉 해를 살았다.'“강호순 인생도 참 불쌍해. 이런 날에 취재를 나와야하다니.”'나지막하게 투덜거리는 호순의 머리 위에서 갑자기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구시렁대지 말고 카메라나 제대로 붙들어.”'호순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눈을 흘겼다. '“제대로 붙들고 있으니까 그만 좀 닦달하셔. 성격 참 꼬질꼬질하다니까!”'“꼬질꼬질하긴 누가! 그리고 좀 더 제대로 안 잡고 있을래? 그렇게 잡고 있다간 비싼 카메라가 떨어질 수 있어.”'영준의 잔소리에 호순은 진절머리를 치듯 고개를 흔들다가 카메라를 고쳐 들었다. 그제야 영준은 다른 장비들과 스태프들을 마무리 점검했고 리포터에게 큐 사인을 날렸다. '“내일은 밸런타인데이입니다. 거리는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맞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비싼 외국산 초콜릿을 선물로 구입하기보다는 UCC 세대에 맞게 자신의 선물은 자신이 직접 만드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