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세워지는 주상복합 아파트 현장은 대형 트럭만 들락날락 할 뿐 시끄러운 소리는 거의 안 들린다. 지반 작업이나 기초공사가 끝나고 나니 언제 공사를 했나 싶게 철근이 쑥쑥 올라간다. 크레인이 가끔 움직인다 싶을 정도다. 밖에서 보기엔 그랬다. '강욱은 45층 현장에서 설계도면을 보며 세 개 동의 아파트가 연결되는 지점을 점검하고 있었다. 기초공사가 끝나자 건물이 세워지는 건 순식간이라 내부 현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설계 담당으로 해운대의 임시 숙소에서 살고 있다. 집에 가봐야 왔다 갔다 피곤해서 휴일에도 거의 임시 숙소를 혼자 지키는 생활이다. 오히려 이 생활이 이혼 뒤의 불안정하던 기분을 바쁜 현장에서 두어 달 보내는 동안 안정 되게끔 했다. 요즘은 가끔 홀가분해진 기분이 들 정도다. 이혼 뒤 10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