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흡!”'그였다. 서선은 일건이라는 것에 마음이 놓이는 아이러니한 경험을 했다. 일건과 함께 있기 불편해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그가 자신의 입술을 빼앗은 것에 마음이 놓이다니…….'“날 피하지 마!”'거칠게 속삭이는 그의 입술이 서선의 입술 위에서 춤을 추었다. 서선은 자신의 입술 위에서 흩어지는 일건의 한숨이 안타까워 까치발을 딛고 팔을 뻗어 그를 당겼다. 다시 그의 호흡이 온전히 입 속으로 밀려 들어왔고, 서선은 그제야 만족한 신음을 흘렸다. 그의 눈빛을 부담스러워한 것이나 그의 마음을 거절했다는 것은 이제 서선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사람의 입술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목을 휘감아 비어 있는 서선의 옆구리를 일건의 손이 채웠다. 일건은 뜨겁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아 제 앞으로 바투 당기더니 제 몸인 양 서선의 몸을 탐험하기 시작했다.'서선은 이토록 자신을 휘감는 열정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가슴이 시키는 대로 따르고 있었다. 머리의 사고기관이 제 구실을 못해서라기보다는 심장의 더운 피가 그녀의 생각을 제어한다는 것이 맞을 듯했다. 심장은 그녀의 몸을 지배했고, 사고를 지배했고, 일건을 갈망하게 했다. 조금이라도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자꾸만 몸을 밀어붙이게 했고, 일말의 호흡이라도 새어 나갈까 그의 목을 끌어당기게 했다. '자석의 같은 극이 되고 싶었다. 같은 극이 되어 그를 밀어내고만 싶었지, 다른 극이 되어 이렇듯 끌어당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에 대한 미련은 자르고 잘라도 다시 생겨나는 자극(磁極) 같았고, 자꾸 되살아나는 자성(磁性) 같았다. 그리고 그 자극과 자성은 서선을 자꾸만 그에게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