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 서서 생각에 잠긴 채 둥그런 달무리가 진 만월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붙박이별을 올려다보던 효건은 무심히 자신의 방 뒤란의 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들어진 담의 돌 더미 사이사이에 산에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푸른 달개비며 제비꽃, 애기별꽃 등이 바람결에 씨를 옮겨 왔는지 함초롬하게도 피어 있었다. '육척을 훌쩍 넘는 키를 조금 숙여 달빛에 신비한 빛을 띤 보라색의 제비꽃을 들여다보던 효건은 또다시 무심하게 숙이고 있던 허리를 펴고 담 너머 별당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릴 적부터 닦아온 무예에 특별한 호흡법을 수양한 효건은 만월만이 그 빛을 뿜고 있는 이 야밤에도 뚜렷하게 사물을 볼 수 있는 시력의 소유자였다. '효건의 집안은 문인을 대표하는 집안이었으나 칠대 독자인 효건이 워낙 잔병치레도 많고 병약해 건강을 지키려는 차원에서 무예를 닦기 시작한 것이 효건의 끈질긴 인내와 노력으로 거의 일가(一家)를 이룰 정도가 되어 버렸다.'별당 마당의 한 모퉁이에 부드럽게 가지를 늘어뜨린 버드나무가 밤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보였다. 더불어 그 곁으로 정화수를 떠놓고 하얀 소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은 모습으로 무언가를 기원하고 있는 혜현의 모습도. 진지한 그 모습이 참으로 결연해 보였다.'“이 야심한 시각까지 무얼 저리 간절히 기원하는 거지?”'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던 효건은 문득 궁금해졌다. 봄이라 해도 아직은 그 기운이 포근하지 않고 잠시 전까지만 해도 는개가 내린 상황이라 몸에 닿는 기운이 제법 쌀쌀했다. '‘한데 저이가 고뿔이라도 들려고 작정을 하였나?’ '절을 하고 두 손을 모으고 읍을 하더니 또다시 절을 하고 읍을 했다. 잠시 그런 혜현을 지켜보던 효건이 이쯤에서 그만두라해야겠다 하려는데 혜현의 이어진 행동이 참으로 기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