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리님, 저것 봐요, 내가 뭐랬어. 이 상무님 꼭 저런다니까.”'남자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바지 지퍼를 올리는 총무부문 이한용 상무를 곁눈질로 가리키며 서영이 말했다. 리셉션데스크 앞에 서 있던 은결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면서 고개를 돌렸다.'서영은 다국적기업인 Y&J 식품회사의 리셉셔니스트였다. 회사 정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 위치하고 있는 빛나는 금빛 로고 아래 U자형 테이블 뒤에 앉아서 항상 미소로 직원들과 손님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업무 외에도 리셉션데스크 자리에서는 정문 입구 대각선에 위치한 화장실이 잘 보이기 때문에 직원 중에 누가 화장실에 자주 가고 누가 간밤에 마신 술로 위장이 좋지 않으며 누가 점심을 먹고 양치질을 하지 않는지 까지 상세히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은결을 좋아하고 따르는 서영은 우편물을 맡기러 온 은결에게 귀여운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정말 아저씨들은 왜 저러는지 몰라요. 화장실 들어가면서 지퍼 내리고 나오면서 올린다니까. 그 간단한 것을 왜 안에서 다 해결 못하죠?”'헛기침을 하며 이한용 상무가 지나가자 빨갛게 칠한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면서 조그맣게 속삭였다.'“너무 바쁘신가 보지. 그러게 왜 쳐다보니? 그냥 앞만 바라보고 있으면 좋잖아.” '은결은 미소 지으며 우편접수 장부에 수신인과 주소를 따로 기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