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곁에 있던 사람이 이제는 없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수아 는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몇 주 전까지도 오빠 이건 어때? 아버님이 좋아 하실까? 어머님께 어울릴까? 하고 재잘거리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말없이 걷고 있었다.'‘매번 이맘때면 한 달 월급이 선물 값으로 다 나간다며 투덜거리는 일 없을 테니 다행이잖아. 뭘 사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간도 훨씬 줄었으니 그것 또한 다행이고, 하지만 말이야. 왜 하필 지금이야? 크리스마스도, 망년회도 송년회도 그 어떤 모임에도 나서지도 못하게 왜 하필 지금 날 혼자 둔거야?’'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의 발걸음은 더욱 무겁기만 했다.'가족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2주일 만에 나섰지만 사람들과의 부딪힘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었다. 매번 다른 선물을 사드려야지 하면서도 늘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리는 아버지껜 또다시 가죽 장갑을 사드릴 테고 어머니에겐 스카프를, 언니는 매혹적인 향이 가득한 향수. 그리고 형부에겐 넥타이를 사겠지만 이미 정해져 있는 가족의 선물을 사기 위해 나오면서도 수아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사람이 곁에 있었던 덕분에 한동안 그녀의 망설임이 반으로 줄었었는데 혼자 나선 수아는 가족의 선물을 고르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고민스러웠다. '탐스러운 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도톰한 입술을 물어뜯고 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쳐 곤란스러운 질문이라도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며칠 매섭게 몰아치던 겨울바람이 다행히 한풀 꺾여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웠다.'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여기저기 붉은색의 옷차림을 하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가운데 파란 코트를 걸치고 나온 그녀의 모습은 유독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