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거리며 수다를 떠는 여학생들의 목소리, 복도를 울리는 남학생들의 낮은 목소리. 그리고 선생님들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들리는 실내화의 질질 끌리는 소리.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 초. '조용한 3학년 복도를 제외한 나머지 복도에는 이런 소란이 일상인 듯 그 사이를 지나다니는 선생님들도 인상 한 번 구기지 않고 유유히 지나다니고 있었다. '2층, 복도 창가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온 아이들로 빽빽이 메워져 있었다. 그 틈 속에서 한 창문을 차지하고 있는 조그마한 여학생이 보였다. 긴 머리카락을 규정에 맞게 단정하게 틀어 올린, 어디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그녀는 창틀에 두 팔을 올린 채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운동장 너머로 보이는 들쑥날쑥한 사각의 빌딩숲을 보는 듯도, 4차원의 세계가 시작되는 신비로운 문이라도 있을법한 아지랑이가 흐물흐물 피어오르는 곳을 보는 듯도 했다. '그녀의 바로 옆 창가에는 키가 꽤 큰 남학생 하나가 등을 보인 채 모로 서 있었다. '그는 한쪽 팔을 창문에 턱하니 걸친 채 이번에 새로 사귀게 된 친구들을 바라보며 삐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복도를 지나가는 여학생들이 몰래 힐끔거리며 지나가곤 했다. 때로는 그를 지나치자마자 모두들 킥킥, 숨을 죽여 웃기도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수줍은 듯 쳐다보기도 했다. 그는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런 시선들을 은근히 즐기기라도 하는 듯 한층 더 우쭐한 모습이었다. 그때, 바로 앞에 있던 친구 하나가 야, 좋겠다! 며 어깨를 툭하고 밀었다. 그는 과장되게 밀리는 척하며 뒷걸음질을 치다 바로 뒤에 있는 누군가와 부딪치고 말았다. '“앗,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