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습니다…… 바보 같이 매일 기다렸습니다. 그 날의 기억이 무겁게 짓눌러도…… 여기…… 가슴이 너무 아파서 터질 것 같아도 그날의 기억을 내려놓지 못했었습니다."'채이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가슴을 부여잡은 채이의 떨리는 숨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찾고 싶어도 찾아올 수 없을 것이라 위안했습니다.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다고…… 그럴 것이라고 위안했습니다. 그 날의 당부를 소녀가…… 소녀가 잊지 않고 있듯이, 그렇게 품고 계시리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바보 같이 믿고 있었습니다."'흐릿하게 젖어가던 채이의 눈물은 크게 방울져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그 약조가 그리 우스우셨습니까? 죽을 만큼 힘들어도 살아 남으라 하시어놓고, 단단한 바위처럼 버티라 하시어놓고…… 어찌하여 잊으셨습니까? 어찌하여 찾지도 않으셨습니까? 소녀의 모든 것을 다 아시면서…… 소녀의 소망도 모두 다 아시면 어찌 그리 매정하게 잊으셨습니까! 지독하십니다. 지독하게 매정하십니다." '채이의 말은 울음에 뒤섞여 끊기고 부서졌다. 그러나 휘는 여전히 깊게 침묵할 뿐이었다. '"살아만 있으라던 그 당부도 모두 거짓이셨습니까? 스쳐가는 그런 약조 따위는 그저 아무것도 아니셨습니까? 이루어야 할 큰 뜻 앞에 한낱 꽃 구경이셨습니까?"'"……그만 하라."'목소리는 낮고 깊었다.'"무엇을…… 무엇을 그만 하라고 하십니까! 처음부터 돌아올 생각조차 없으셨음에 왜 가슴 저리는 약조를 하셨습니까? 그냥 가시지 어찌 보듬어 안으시며 눈물을 닦아 주셨습니까?"'휘는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 목차'11. 화비(花妃)'12. 감화(感花)'13. 금화원(錦花園) '14. 풍연(風戀)'15. 단지(斷指)'16. 미열(微熱)'17. 화차(花茶)'18. 독(毒)'19. 덫'20. 바람이 머무는 들녘'나오며'舊如國 年譜(구여국 연보) 위성왕 편'작품후기'春月揚明輝(춘월양명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