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바람이 머무는 들녘 1권

"그대로 가셨으면 울지 않았을 터입니다. 그대로 가셨으면 이렇지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나약하게 울지 않았을 겁니다. 채이라……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않으셨으면 이렇지 않았을 겁니다."'휘는 이를 악물었다. '"울지 마라."'단단하게 굳어진 음성은 깊게 가라앉았다. '"거짓입니다. 아까 지은 시문도 곧 다시 만날 사람처럼 가벼이 떠나 달라는 것도 거짓입니다. 모두가 거짓입니다. 무섭습니다. 소녀도, 소녀도 함께 데려가 달라고 청하고 싶습니다. 홀로 두고 가지 마시라고 청하고 싶습니다. 저 별을 등지고 가시는 그 길에 저도 데려가 달라고…… 이렇게…… 두고 가지 말라고 청하고 싶습니다. 매달리고 싶습니다."'채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 채이의 애원도 더 들어 줄 수 없었다. 휘는 옷깃을 꼭 쥔 그 손을 난폭하게 떼어 내어 한 손으로 잡아 쥐고 채이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너를 잊지 않겠다."'채이가 흐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한 약조는 싫습니다."'"훗날에 너를 찾아 내마. 울지 마라. 그렇게 울지 마라."'"그러한 약조 싫습니다! 함께 데려가 주십시오! 많은 것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그분을 찾아 머리를 내려주셔도 좋으니, 이렇게 남겨 두고 떠나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휘는 도리질을 치며 울고 있는 채이의 몸을 품에 가두었다. 품이 젖어들어 가고 있음이 느껴졌지만, 휘는 채이를 놓지 않았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약해지지 말고 꼭 살아 있거라."'''▶ 목차'들어가며'1. 피바람'2. 연꽃문양'3. 먼 길'4. 낙인(烙印)'5. 작별(作別) '6. 여섯 해(六年) '7. 빛(輝) '8. 왕의 길(王道)'9. 회상(回想)'10. 인연(因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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