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하고 얼마 뒤, 재수를 하고 있다면서 녀석에게 문자가 날아 왔다. 엠에센의 이메일 주소를 적은, 정말 달랑 그 이메일 주소만 적은 문자였다. 무심한 녀석의 문자에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계속 컴퓨터를 켜 놓고 엠에센의 로고가 써 있는 작은 박스만 눈이 핏대가 일어나 안구건조증이 될 지경까지 노려만 보기를 한 달. 겨우 녀석의 이 메일 주소를 대화상대 추가하기에 설정하고 나서 차분히 기다렸다. 아무런 신호음도 울리지 않았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매일 일상적으로 녀석의 이름이 나오기만 기다렸는데 녀석의 이 메일 주소만 거기 그대로 남을 뿐 그녀를 부르는 소리를 들리지 않았다. 28살 봄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가을이 될 무렵 새벽이었다. 친구와 엠에센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영선!'누구지? 그녀는 그 대화 창을 열고 거기에 답을 남겼다. '-누구? 나 지금 친구랑 얘기 중이거든. 조금만 기다려.'라고 남긴 뒤 친구와의 대화 창을 닫고 그 작은 창에 온 신경을 세웠다. 확인해 보니 녀석의 이메일 주소가 대화자명으로 계속 보였다. '-태승?'그녀가 그렇게 글을 남기자 비로소 녀석이 웃음을 날리는 소리가 바로 귓전을 때렸다.'-네.'-어디야?'-피씨 방이겠죠.'-너 그런데 내 이름 그렇게 막 불러도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