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의 눈동자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그건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이었으나 그 아이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선명하게 와 닿았다. 지하철 문이 닫혔다. 농축된 아교가 떨어져 나가는 듯, 평소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던 지하철 문소리가 오늘따라 귀에 거슬리며 어떤 불길함으로 다가왔다.'주변 사람은 늘 같았다. 그녀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같은 공간에서 잠깐의 시간을 보내며 지나치는 존재. 오늘도 그건 똑같이 다가왔다. 하지만 아이의 존재는 달랐다. 새까만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던 아이는 곧 옆의 할머니로 보이는 사람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아이다운 행동과 이야기일 테지만 그 아이의 모습은 그녀의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떤 예감, 어떤 말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그 아이의 존재를 통해서 말하고 있었다.'외출에서의 볼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지하철 속에 있던 그녀는 울리는 벨소리로 인해 그 아이에게 향했던 시선을 핸드폰으로 돌렸다.'“여보세요.” '아이가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이 호기심으로 까맣게 반짝였다. 아홉 살 남짓한 아이의 미소가 그녀에게 어떤 전조처럼 보였다. 그녀는 심장박동이 급격하게 뜀을 느꼈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기 병원입니다. 혹, 임창화 씨라고 아시나요?]'“네, 제 남편입니다만…….”'아이는 그녀에게 관심을 잃은 듯 자신의 할머니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이쪽으로 오셔야겠습니다. 남편 분이 실려 왔어요. 아직 의식이 희미한 상태인데 소지품에 있는 핸드폰에서 이 전화번호가 찍혀 있기에 전화 드리는 겁니다. 빨리 좀 와주셨으면 하네요.]'“어, 어느 병원인가요?”'그녀는 수화기에서 불러주는 병원 이름을 볼펜을 꺼내 수첩에 휘갈겨 쓴 뒤 플립을 거칠게 닫았다. 아이가 다시 그녀에게 시선을 향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선이 무심하면서도 섬뜩했다. 아이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앞으로 힘들어질 거라고.'병원 안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응급실 안에는 그녀 외에 체해서 남편의 부축으로 처치를 받고 있는 부부가 다였다. 그녀의 남편은 침대 한쪽에 누워 몸을 바르작거리고 있었다.'“여보.”'그녀가 가까이 다가가 나직이 남편을 불렀다. 그는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뜨려 했다. 남편의 왼쪽 눈은 거의 감겨지고 오른쪽 눈만이 명색만을 유지하듯 조금 떠져 있었다. 그는 뭔가를 말하려 했다. 하지만 마비된 한쪽 얼굴로 인해 말은 자꾸만 입 안에서 새어나왔다. 그녀는 말을 알아들으려고 몇 번이나 귀를 남편의 입술 가까이 들이대었다.'체크를 하며 응급실에 머물던 의사는 그녀에게 환자를 움직이지 않게 하라고 말했다. 환자에게 좋을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의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남편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몇 번이고 달랬다. 남편이 마지막 실낱같은 의지를 끊어버리면 영영 정신을 놓아버린다는 것을 그녀는 깨닫지 못했다. 그저 의사의 말이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